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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an 25. 2022

‘인어가 잠든 집’ 모성애 넘어 전하는 깊은 울림

[리뷰] ‘인어가 잠든 집’ 모성애 넘어 전하는 깊은 울림

일본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소설 ‘인어가 잠든 집’이 영화로 돌아왔다. 딸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간절한 모성애가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으로, 시노하라 료코와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인어가 잠든 집' 스틸. 사진 영화특별시SMC


소중한 딸 미즈호에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 이후 미즈호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의사는 뇌사 선고와 함께 장기 기증을 제안한다.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 때, 엄마 카오루코(시노하라 료코)는 미즈호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모두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말함에도 홀로 언젠가 미즈호가 일어나리란 기적을 믿는다.

영화 ‘인어가 잠든 집’(감독 츠츠미 유키히코)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딸 미즈호의 의식을 되찾기 위해 엄마 카오루코가 선택한 마지막 희망으로 기적과 같은 날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 소설로, 발간 후 한 달 만에 27만 부가 팔리고, 문고본은 발간 해 판매 랭킹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 바 있다.

원작 소설을 향한 열렬한 지지가 괜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듯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새겨 넣었다. 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애절함, 설사 조금은 집착으로 비춰질지언정 희망과 기적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의 절절한 심경이 관객의 눈물샘을 쉴새 없이 자극한다.

영화 '인어가 잠든 집' 스틸. 사진 영화특별시SMC


극 중 주인공 카오루코는 뇌사 상태에 빠진 딸 미즈호가 의식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딸의 신체를 돌본다. 매일 딸의 몸을 닦아주고 머리를 빗겨주며, 새로 산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 특히 언젠가 돌아올 딸을 위해 전기자극신호를 주는 기계로 미즈호의 몸을 움직여 운동까지 시킨다.

이 같은 어머니의 애절함이 영화의 전반을 이루면서도, 영화는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원작을 집필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로 불리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스릴러적 분위기를 첨가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 영화는 인간 존재와 삶,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불안과 혼란을 심어준다.

예컨대 전기자극신호로 움직이는 미즈호의 모습은 실상 영혼 없는 육체의 운동일 뿐으로, 카오루코가 아닌 이들의 눈에는 무언가 뒤틀린 광기의 집합체다. 불안한 음악과 기울어진 앵글, 경계선에 있는 조명의 활용으로 영화는 단숨에 따뜻함에서 음울함과 섬뜩함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단순히 어머니의 모성애를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 판단과 죽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깊이를 더한다.

영화 '인어가 잠든 집' 스틸. 사진 영화특별시SMC


그렇다 하여 영화가 스릴러로 급변하진 않는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의 매력을 다채롭게 하는 선에 그친다. 적절한 조율과 밸런스다. 이로 인해 영화는 더욱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그네들의 마음에 피상적임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사랑과 애정, 희망을 심어준다.

영화는 뇌사와 죽음, 삶과 인간 존재, 어머니의 마음에 대해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 함부로 가치를 판단해 보는 이에게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되레 질문을 남기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에 머문다. 덕분에 자유롭다. 보는 이도, 배우의 연기도, 이야기도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간다.

요컨대 무게 있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소 과장된 연출이 엿보이는 장면이 군데군데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깊은 흠을 내지 못한다. 영화의 따뜻함과 인간애, 사랑과 희망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작은 위안을 건넨다.


개봉: 1월 28일/ 관람등급: 12세관람가/감독: 츠츠미 유키히코/출연: 시노하라 료코, 니시지마 히데토시, 사카구치 켄타로, 카와에이 리나/수입: ㈜콘텐츠패밀리/배급: ㈜영화틀별시SMC/러닝타임: 12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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