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마더’ 대사 없이 관객의 심장을 움켜쥐는 법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손꼽히는 시체스 영화제. 지난 제53회 시체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더 마더’가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독창적인 설정과 아름다운 미장센, 음악의 조화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작품으로,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 음악이 보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움켜쥔다.
영화 '더 마더' 스틸. 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한때 촉망 받는 발레리나로 발레단의 프리마돈나였던 한 여자가 홀로 아이를 출산한다. 약물에 중독된 채 아이는커녕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었던 그는 브로커에게 아이를 팔아버린다. 하지만 아이를 데려간 사람들이 유아 인신매매단임을 뒤늦게 알게 되고, 브로커를 만났던 외딴 숲을 다시 찾아간 그는 낭만과 야만이 뒤섞인 기묘한 대저택에 이끌리듯 들어간다.
뜻 모를 붉은 표시들로 가득한 달력을 보던 그는 정체 모를 여인들의 감시를 받던 자신의 아이를 발견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던 그곳에서 여인은 아이를 되찾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영화 ‘더 마더’(감독 후안마 바호 우료아)는 한때 촉망 받는 발레리나였던 주인공이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브로커에게 팔아 넘겨버린 아기를 되찾기 위해 펼치는 처절한 몸부림을 그렸다. 제13회 가우디상 촬영상 후보, 제53회 시체스영화제 음악상 수상 등 해외 유수 영화제를 사로잡은 작품으로,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흘러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특징이다.
영화 '더 마더' 스틸. 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한 줄의 대사도 없다는 설정 그 자체가 신선함을 부른 작품이다. 현실의 고단함에 못 이겨 아이를 팔았던 엄마가 아이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러나 대사가 없기에 영화는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독특함이 부담스럽거나 지루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관객을 몰입시켜 반갑다.
‘더 마더’가 선택한 다른 방식이란 사실 별다른 바 없을 수 있다. 이미지의 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라는 장르에 속한 만큼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는데 집중했다. ‘더 마더’는 자연의 생리를 담은 듯한 직관적인 몽타주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여러 미장센을 통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캐릭터의 직접적인 전달 없이도 충분히 그네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상황까지 설명해낸다. 이는 감독의 치밀한 계획과 구상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 역시 깊은 고민 없이 관객의 눈에 보일 만큼 이미지가 분명하다.
영화 '더 마더' 스틸. 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더불어 ‘더 마더’는 대사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에 힘을 쏟기도 했다. 말이 없는 만큼 오디오는 비고, 관객이 지루해할 수 있을 여지는 커진다. 그럼에도 ‘더 마더’는 관객에게 지루함보다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했는데, 이는 영화의 전반을 이루는 강렬한 사운드 트랙 덕이 크다.
오프닝 시퀀스를 장식하는 포크 록 가수 닉 드레이크의 ‘River Man’을 비롯해 빈헨 멘디자발과 콜로 유리아르테가 작곡한 스코어 등 음악은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캐릭터의 감정을 분출해내며 ‘더 마더’의 매력이 빛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야기 자체는 신선함이 부족해 아쉽다. 나름의 충격적인 반전과 안타까움을 부르는 전개가 당혹감을 안기긴 하지만, 여전히 모성애에 신화를 부여하려는 이 맹렬한 시도는 다소 진부하다.
개봉: 2월 10일/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감독: 후안마 바호 우료아/출연: 로지 데이, 해리엇 샌섬 해리스/수입·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러닝타임: 103분/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