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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Mar 11. 2022

‘킹 리차드’ 돈키호테를 꿈꾸는 당신에게

[리뷰] ‘킹 리차드’ 돈키호테를 꿈꾸는 당신에게

언제부턴가 아주 유명한 감독의 신작이나 대작 블록버스터에만 기대가 있던 듯 하다. 아무런 바람도, 궁금증도 없이 그저 관성에 의해 만났던 영화 ‘킹 리차드’는 그렇게 타성에 젖은 기자에게 날카로운 서브를 날리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줬다. 윌 스미스가 그려낸 강인한 아버지의 눈빛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했고, 테니스를 제패했던 윌리엄스 자매의 성장 실화는 시대를 꿰뚫는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킹 리차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 받게 할 거다”


영화 ‘킹 리차드’(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는 무려 20여 년간 세계 최강의 테니스 제왕으로 군림했던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와 그들을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매일이 총기사고인 빈민가의 날 선 위험 속에서 비너스와 세레나가 어떻게 성장했고, 리차드는 어떻게 딸들을 지켜냈는지가 세심하게 그려졌다.

평소 테니스에 관심이 있었다면 윌리엄스 자매 실화라는 소재만으로도 흥미가 동할 수 있다. 빈민가에서 아버지와 연습하며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결국 세계 대회를 석권하며 오랜 기간 테니스계를 제패했던 자매의 이야기니만큼, 그들에게 어떤 비법이 있었고,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차분히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다.

허나 테니스를 전혀 알지 못했고, 윌리엄스 자매의 위명 역시 들어보지 못했을 관객이라도 ‘킹 리차드’가 선사하는 감동에 눈시울이 충분히 붉어질 만 하다. 세상의 모진 위협 속에서 딸들을 지켜내고 그들의 재능을 꽃피워주기 위해 헌신하는 리차드 윌리엄스의 헌신은 보는 이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사로잡는다. 

영화 '킹 리차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윌 스미스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가 영화의 한 쪽 기둥이라면, 꿈을 향해 질주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가진 현대판 돈키호테들의 이야기는 영화의 또 다른 한 기둥이다.

모두가 좌절과 패배감에 찌들어 서로를 끌어내리기에도 바쁜 빈민가에서,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테니스의 세계 챔피언을 배출할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흑인 가족들. 이들의 모습은 풍차를 향해 용맹하게 돌격하는 돈키호테와 다름없다. 허나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며, 수많은 조롱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는 이 가족의 모습은 진정으로 아름답다.

그들이 하나 둘 성공을 거두며 흑인 사회의 자랑이 되기 시작할 때, 그리고 나아가 모든 억눌려왔던 흑인들과 여성들의 희망이자 본보기가 됐을 때, 영화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비록 스포츠 영화의 공식이 여러 번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하던 1990년대 테니스계, 보란 듯 파란을 일으키며 소외된 이들의 희망으로 자리했던 윌리엄스 자매의 승리는 여전히 만연한 혐오와 억압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위태롭고 불안하지만 결국 하나가 되어 미래를 꿈꾸는 가족의 드라마가, 패배와 좌절, 무거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두 소녀의 열기가 박수를 부른다.

영화 '킹 리차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실화 바탕의 영화인 덕일까 이야기부터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생생히 살아있다. 아버지도, 딸들도,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허나 그들이 두려움에 맞서고, 좌절로부터 다시금 꿈을 꾸는 모습을 그리며, 영화는 진정한 용기와 꿈, 휴머니즘을 노래한다. 끝없이 쏟아내는 땀방울 사이로 진실함과 생기가 묻어나 반갑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액션과 코미디를 주로 오갔던 윌 스미스는 오랜만에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차드’를 통해 따뜻한 웃음과 감동, 사회적 메시지까지 포괄하는 캐릭터를 맡아 그의 남다른 내공을 여지없이 펼쳐냈다. 세상 모두가 무시했으나 이제는 결국 역대 최고로 불리는 전설적인 자매 테니스 선수들의 성장 실화가 144분간 윌 스미스의 시선을 따라 정성스레 꽃핀다.

#영화 기본정보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과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서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영화 '킹 리차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개봉: 3월 24일/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존 번탈, 토니 골드윈, 앤디 빈, 캐빈 던, 크레이그 테이트/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러닝타임: 14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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