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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11. 2021

지적 허영심 충족 시키는 매혹적인 판타지의 짜릿함

[리뷰]‘그린 나이트’ 지적 허영심 충족시키는 매혹적인 판타지의 짜릿함

영화 ‘그린 나이트’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고전 중의 고전 판타지 ‘가웨인 경과 녹색기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영화는 세련되고 정교한 조명과 색의 활용을 바탕으로 매혹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 사진 찬란


스스로를 ‘판타지 덕후’로 칭하는 관객이라면, ‘그린 나이트’는 필람 무비다. 중세 고전 판타지의 대표작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원작으로 할 뿐만 아니라, 원작의 재미와 매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고 독창적인 재해석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이유다. 판타지 문학 특유의 다양한 메타포는 물론, 영화는 매 장면과 소품 하나 하나에 여러 의미를 함축시키며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의 흥미를 돋웠다.

일견 정적인 듯 하지만, 차분히 뜯어보자면 섬뜩한 감상이 드는 스산한 분위기의 오프닝 시퀀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아서왕 시대를 충실히 재현한 여러 시각적 요소들은 퍽 다채로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가 흐를수록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인간의 오욕칠정과 번뇌, 번민을 그리며 보는 이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킨다.

의도를 숨기지 않는 적나라한 디자인의 왕관이나, 말하는 여우, 예수가 겪었던 시련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장면 등이 특히 그렇다. 극 중 가웨인은 기사도의 덕목을 고수하는 가운데 여러 유혹을 겪는데 이때 마주하는 온갖 갈등은 캐릭터로부터 관객에게 이어지며 고민의 꼬리를 잇게 한다.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 사진 찬란


영화의 매혹적인 미장센과 더불어 영화의 칠 할은 조명과 색감이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도시를 비추는 장면은 회색 빛으로, 가웨인이 마주하는 자연에 이르러선 초록과 빨강 등 다양한 색의 빛으로 매 장면을 비추는데, 이는 캐릭터의 심경에 발맞추며 영화의 분위기를 이끈다. 때론 신비롭고, 신성해 보이나, 때론 지독하리만치 잔혹하고, 냉정하다.

그렇게 비춰진 거대한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은 적나라하게 들춰지고, 원탁의 기사를 노래한 시는 그만의 이미지로 새롭게 탄생하며 색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줄어들지 않는 긴장의 끈 끝에 흐리고 멍텅구리 같던 젊은 소년은 진정한 어른으로 나아가고, 정령과 마녀, 거인을 거치는 여정 끝에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은 영웅으로 재탄생 한다.

판타지를 사랑하는 관객을 매혹시키는 시퀀스가 한가득이지만, 평범한 중세 판타지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퍽 실망스러울 수 있는 작품이다. 격렬한 액션 시퀀스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인 가웨인 경은 일면 허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린 나이트’는 한 기사의 영웅담을 그리기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미학을 담아내는데 중점을 뒀다.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 사진 찬란


개봉: 8월 5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데이빗 로워리/출연: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사리타 초우드리, 랄프 이네슨, 케이트 딕키, 배리 케오간, 숀 해리스/수입: 찬란/배급: ㈜팝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3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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