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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23. 2021

‘아담’ 마음 깊은 곳 섬세히 간질이는 따뜻한 웃음

[리뷰] ‘아담’ 마음 깊은 곳 섬세히 간질이는 따뜻한 웃음

영화 ‘아담’이 국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지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공식 초청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작은 빵집 안에서 그려지는 두 여인의 연대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영화 '아담' 포스터. 사진 시네마 뉴원


혼전 임신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이유로 고향을 떠난 여인 사미아(니스린 에라디). 그는 일자리와 몸 누일 곳을 찾아 카사블랑카를 정처 없이 떠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기던 사미아는 우연히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딸을 키우며 빵집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여인 아블라(루브나 아자발)를 만나고. 냉정한 표정으로 사미아를 돌려보내던 아블라는 위험한 길가에서 밤을 지새는 사미아를 보고 이내 자기 집에 며칠간 머물길 허락한다.

영화 ‘아담’(감독 마리암 투자니)은 각자의 이유로 상처를 떠안고 사는 세 여인이 카사블랑카에 있는 한 빵 가게에서 생애 잊지 못할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혼모를 수치로 여기는 모로코의 슈마(Hshouma) 문화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미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카사블랑카의 작은 빵집에서 모로코 전통 간식 무세멘과 르지자를 반죽하며 숙식을 해결하게 되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게 된다.

영화 '아담' 스틸. 사진 시네마 뉴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개선되지 못할 상황에 처해본 적이 있다면, 사회적 편견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음이 터져 나왔던 경험이 있다면, 영화 ‘아담’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섬세하게 감정을 어루만지는 ‘아담’의 따뜻한 시선이 보는 이의 마음 속 흉 진 상처를 슬며시 보듬는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아 사람을 불신하던 사미아와 아블라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람을 통해 회복의 과정을 걷기 시작할 때, 영화는 깊은 공감과 함께 감동을 자아낸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과거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사미아가 아기의 작은 발을 만지작거릴 때, ‘아담’은 진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빚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프랑스 영화 특유의 느릿한 호흡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겠다. 상처 입은 두 여인이 회복해가는 과정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다 보니, 어쩌면 지나치게 싱겁다 평할지라도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미아와 아블라의 눈빛만을 담고, 그네들의 표정과 몸짓만을 담는, 짧은 정적의 순간을 차분히 음미하다 보면, ‘아담’은 남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개봉: 8월 2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마리암 투자니/출연: 루브나 아자발, 니스린 에라디, 두아이 벨카우다, 아지즈 하타브/수입·배급: 시네마 뉴원/러닝타임: 10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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