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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24. 2021

‘최선의 삶’ 이미지가 되지 못한 글

[리뷰] ‘최선의 삶’ 이미지가 되지 못한 글

임솔아 작가의 장편소설아 ‘최선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십대 청소년들이 각자의 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로 인해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를 담은 작품으로, 원작 소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붙어 다니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들인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 세 친구는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방황하며 하루 하루는 흘려 보낸다. 각자의 아픔과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나 최선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세 친구들. 그러나 의기투합해 가출한 이후 마주하는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고, 조금씩 찾아온 관계의 균열은 최선을 다하던 소녀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은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의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을 그렸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송한나’, ‘옷 젖는 건 괜찮아’, ‘애드벌룬’,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 단편을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이우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글과 이미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글이 단어를 연결하며 독자의 마음 속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면, 이미지는 확고히 정해진 시각자료를 이리저리 비추며 관객에게 다양한 감상을 남기게 한다. 소설이 등장인물의 상황과 내면을 하나하나 쉽게 풀어 설명한다면, 영화는 특별한 설명 없이 보여지는 것만으로 관객이 이해하고 납득하며, 동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영화 ‘최선의 삶’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그대로 이미지화한 것에 그쳤다는 감상만을 남기는 이유다. 영화는 방민아가 연기한 강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과정과 선택, 이야기의 전개가 툭툭 내던져진다.

마냥 순수하고, 그리운 시절로 포장되지 않은 십대의 기억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등장한 만큼 새롭지도 않다. 제목 그대로 최선의 삶을 위한 선택들일 텐데, 영화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 입장에선 지극히 답답하고 한심해 보일 따름이다. 물론 온갖 감정을 처음 맞이하며 불안정한 내면에 두려워하는 십대 청소년들의 심경이 세세하게 그려지긴 했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그러나 정의하기 어려운 그 감정들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을 넘어 관객에게 전달이 되어야 했다. 상처와 악몽, 망가짐에 두려워 몸부림을 치는 아이들을 그리고자 했다면, 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그려야 했을 터다. 특히나 십대 청소년들의 따돌림과 폭력, 비행 사건 등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지금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선의 삶’이라기보단 ‘호구의 삶’만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개봉: 9월 1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이우정/출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제작: ㈜마일스톤컴퍼니/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10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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