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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08. 2021

‘행복의 나라로’ 지난한 인생의 내일을 위해

[26th BIFF] ‘행복의 나라로’ 리뷰…지난한 인생의 내일을 위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를 만났다. 우리 사회에 나타난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던 임상수 감독의 전작과 달리, ‘행보의 나라로’는 보다 서정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며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 포스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랜 기간 복역으로 출소가 몇 달 남지 않은 죄수 번호 203(최민식). 그가 바라는 것은 하루 빨리 출소해 딸을 만나보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기 뇌종양으로, 살 날이 2주도 채 안 남았다는 것.

203은 딸을 만나기 위해 탈옥하던 중 예기치 않은 동행인 남식(박해일)을 만나고, 우연히 거액의 검은 돈을 훔쳐 달아나게 된다. 돈의 주인 윤여사는 하수인들에게 지시해 203과 남식을 뒤쫓고, 매일 죽음을 오가던 두 사람은 도주의 끝에서 마침내 바라지 마지않던 행복을 마주한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얻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펼치는 로드무비를 담았다. 지난 제73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6일 개막 소식을 알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임상수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사람들’(2005),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 다양한 작품으로 우리 사회 현실의 부조리와 어두운 면을 꼬집었던 임상수 감독. 그는 ‘행복의 나라로’를 통해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섬세함과 서정성을 그리며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뾰족했던 전작들과 달리 ‘행복의 나라로’를 이끌어가는 주된 분위기는 따뜻함이다. 물론 어김없이 돈과 탐욕, 피 등이 등장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들의 먹먹한 눈빛에 모든 것은 부가적인 사안에 머물게 된다.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주인공 203과 남식 캐릭터가 큰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가운데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관객을 향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특히 영화의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남식이 그렇다. 그는 살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지만, 막상 돈을 얻은 뒤에도 203을 떠나지 않는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소동극 속에서 남식은 어느 때보다 삶의 활력을 얻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있던 덕이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그런 남식의 시선으로 203의 마지막을 담으며 이야기를 끝낸다. 결국 비루해 보이는 죽음을 맞이한 203이지만, 남식이 바라본 그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하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최대 비극 속에서 203은 마침내 평안과 행복을 얻는다.

그렇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 돈이 아닌 삶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나라로’는 그만의 매력을 갖췄다. 임상수 감독의 노련한 연출에 더해 비극과 희극, 잔혹함과 따스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영상미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최민식과 박해일이라는 명배우들의 힘이 강력하다. 뻔한 것을 새롭게, 어색한 것을 진실되게 그릴 수 있던 것은 오롯한 두 배우의 눈빛과 표정 덕이다. 두 배우는 죽음이라는 최대 비극 속에서 찬란함을 불태우고, 내일을 마주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행복을 만끽한다. 그네들의 주름과 손짓으로부터 관객은 일렁이는 마음을 부여잡게 된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 촬영 현장.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요컨대 비극을 그리나 마냥 어둡거나 무겁지 않은 서정적인 로드무비다. 약간의 블랙코미디와 추적극이 담겼지만, 그보다는 복잡미묘하고 다사다난한 인생의 미묘함이 이어진다. 스펙터클한 액션도 짜릿한 반전도 없는 심심함 사이, 담백하고도 깔끔한 그들만의 인사가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해 소중하고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임상수/출연: 최민식, 박해일, 조한철, 임성재, 이엘, 윤제문, 정민성, 이재인, 윤여정, 김여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0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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