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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18. 2021

‘듄’ 경이로운 비주얼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리뷰] ‘듄’ 경이로운 비주얼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듄’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IMAX관에서 만난 영화는 경탄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한스 짐머의 음악은 보는 이의 감각을 앗아가며 전율을 일게 했다.

영화 '듄'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10191년, 대귀족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다. 계시를 마주한 듯,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나던 폴. 듄(모래언덕)이라 불리기도 하는 아라키스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임에도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다.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령으로 아라키스를 관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향하고, 그들을 향한 암수는 내부에서부터 그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영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생명 유지 자원을 두고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전설의 메시아 폴의 이야기를 그렸다. 폴은 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을 갖고 태어난 인물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2049’, ‘컨택트’ 등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1965년 출간 이후 모든 SF 판타지의 원류라 불리며 찬사 받았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듄'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단언컨대 최고의 비주얼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IMAX 스크린에 소설과 상상 속에서만 그려졌던 ‘듄’의 장대한 이미지가 수 놓일 때, 관객은 약간의 전율과 함께 짜릿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한다는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언제나 탁월한 색감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을 홀렸던 드니 빌뇌브 감독이지만, ‘듄’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우주와 사막은 물론, 거대한 모래 벌레와 우주선체 등 도저히 영상으로 구현이 불가능해 보였던 소설 속 이미지들이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객 앞에 나타났다.

경탄이 새어 나오는 황홀한 이미지와 함께 귀를 간질이는 것을 넘어 피부를 떨리게 하는 한스 짐머의 음악은 영화의 또 다른 축이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는 ‘듄’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음이 분명하다. 그는 음악을 통해 관객을 우주 전쟁 현장 속으로,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날카로운 모래밭 속으로 위치시켰다.

영화 '듄'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관객을 매료시키는 데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의 미모(美貌)와 악역을 맡은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강렬한 카리스마도 한몫 한다. 화면 가득 잡히는 티모시 샬라메의 클로즈업에서 관객의 숨이 멎고, 혐오감이 치미는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경악스러운 비주얼과 파괴적인 존재감 앞에서 관객은 다시 한번 숨이 멎는다.

시각과 청각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영화 ‘듄’은 그야말로 영화관의 존재 의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듄’은 거대한 스크린이 아니라면, 풍성한 음량의 스피커가 아니라면 결코 체험할 수 없는 감동이 있음을 관객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코로나 19로 극장을 향한 관객의 발걸음이 뜸한 요즘에도, 자신 있게 극장 개봉을 고지한 이유일 터다.

물론 워낙 방대한 원작을 영화로 구현한 것이기에, 다소 설명적이고 호흡이 긴 시퀀스가 여럿이라 아쉽다. 그러나 실제와 환영,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양한 미장센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와중, ‘듄’은 정직하고 확실하게 세계관의 기초를 관객과 공유한다. 수 천년 후 아득한 미래, 야만과 폭력으로 점철된 ‘듄’의 세계는 그렇게 관객과 조응한다.

영화 '듄'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번에 개봉한 ‘듄’은 방대한 세계의 첫 번째 이야기다. 우주의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전쟁의 서막이자, 메시아 폴을 노래하는 서사시의 첫 구절이다. 보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이야기의 예고편이자, 오프닝 시퀀스인 셈이다. ‘듄 2’를 위한 155분짜리 쿠키영상이라 봐도 무방하다. 아름다운 비주얼로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데 성공했지만, SF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국내 관객들에겐 낯섦은 쉽게 가시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듄’의 후속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양산하고 폭넓은 메시지와 깊은 고민을 남겼던 소설 ‘듄’은 영상으로 다가왔을 때 단순한 재현을 넘어 체험과 새로움의 영역을 개척하고야 말았다. OTT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격변기에서 ‘듄’은 영화사에 있어 남다른 의미를 차지할 작품이 되겠다. 많은 관객이 역사를 체험하고, 이미지가 전하는 감동을 즐겨보길 희망한다.


개봉: 10월 20/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드니 빌뇌브/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죠슈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젠데이아 콜먼, 스텔란 스카스가드, 데이브 바티스타,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러닝타임: 15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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