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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20. 2021

‘마이 네임’ 식상한 소재도 강렬할 수 있다는 증명

[리뷰] ‘마이 네임’ 식상한 소재도 강렬할 수 있다는 증명

지난 15일,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이 공개됐다. 경찰에 잠입해 복수를 꿈꾸는 조직원과 조직 보스를 잡으려는 경찰의 이야기로, 어쩌면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언더커버 소재의 느와르 장르다. 그러나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 작품임을 강조하듯,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잔인함과 거친 이야기로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일깨우는데 성공했다.


드라마 '마이 네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거대 마약 조직 간부의 딸로 알려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지우(한소희). 사라졌던 아빠는 생일 축하 전화를 걸지만, 지우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아빠를 비난한다. 그런 지우를 만나기 위해 경찰에게 잡히기 일보직전 상황에도 집 앞에 찾아온 아빠. 반가움에 문을 열려던 순간, 아빠에게 총구가 겨눠진다.

터지는 총성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지우는 생기를 잃어가는 아빠의 손을 부여잡고 도와달라 소리치지만, 그의 외침은 허공에 맴돌기만 한다. 아빠가 누구에게, 왜 쫓겼는지, 누가 왜 죽였는지 조금도 이유를 알 수 없던 지우. 그는 아빠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직접 조직에 발을 담가 스스로 칼이 되길 자처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연출 김진민, 각본 김바다)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렸다. 드라마 ‘인간수업’으로 이름을 알린 김진민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하는 두 번째 작품으로, 짜릿한 액션과 고밀도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드라마 '마이 네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오래 전 한번쯤은 독파했던 거친 느와르 장르의 만화책을 영상으로 다시 만난 듯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제한 없는 수위와 자유로운 이야기 구성 덕분인지, 거칠다 못해 베일듯한 잔혹함이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물론 이미 수 차례 다뤄졌던 언더커버 캐릭터를 다시금 끌고 온 데다, 해당 장르 특유의 클리셰가 곳곳에 묻어나 신선함은 찾기 어렵다. 공감이 어려운 러브라인과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기 위해 전개를 늘어뜨린 부분 역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 네임’은 거친 색감과 타격감 넘치는 연출, 리드미컬한 음악의 조화를 자랑하며 남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 언더커버 장르에서 주인공으로 삼기 어려웠던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드라마는 그 자체로 차별점을 갖췄다.


드라마 '마이 네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물론 성별이 반전됐을 뿐, 식상한 이야기라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이 유약하게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진한 느와르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 진창을 헤쳐나가기 위해 직접 칼을 드는 것은 그 자체로 강렬한 대비와 충격을 자아낸다.

특히 한소희의 능숙한 감정 연기와 조금의 어색함도 없는 강렬한 액션 연기는 드라마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성별을 떠나 액션에 무게감이 실리고, 화면 너머로 타격감을 전하기란 극히 어려운 작업일 터인데, 한소희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입증하며 보는 이를 매료시켰다.

요컨대 장단점이 명확해 호불호 역시 극명히 나뉠 작품이다. 거친 액션과 비정한 느와르를 즐기고 싶다면 부족함 없는 선택일 것인 반면, 신선한 매력이나 깊이 있는 메시지를 바란다면 아쉬운 선택일 터다.


공개: 10월 15일/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연출: 김진민/각본: 김바다/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학주/제작: ㈜스튜디오산타클로스/제공: 넷플릭스/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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