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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21. 2021

진정한 우정 찾기 아래 기업 향한 노골적인 저격

[리뷰] ‘고장난 론’ 진정한 우정 찾기 아래 기업 향한 노골적인 저격

디즈니가 다소 도발적인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내놨다. 얼핏 고장난 로봇과 함께하는 진실된 우정 찾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는 구태여 고민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몇몇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담았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비봇을 갖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소심한 소년 바니. 가난한 집안 살림에 비봇을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에게도 비봇, 론이 생겼다. 그러나 첨단 기능과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다른 비봇과 달리,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한 고장난 론.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론으로 인해 바니의 일상은 엉망진창으로 변해간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감독 사라 스미스, 진-필라프 바인, 옥타비오 E.로드리게즈)은 최첨단 소셜 AI로봇 비봇이 모든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한 고장난 비봇 론을 선물 받게 된 바니에게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렸다. ‘인크레더블 2’, ‘인사이드 아웃’의 제작진의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와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의 등장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진정한 우정과 관계 맺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은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면의 성장과 함께 우정과 사랑, 꿈 등을 주된 테마 중 하나로 삼아온 디즈니 작품에선 그와 같은 주제의식은 일종의 클리셰로 굳어지고 있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장난 론’이 이야기만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란 어려웠을 터다. 신선한 소재도, 눈에 띄는 화려한 비주얼도 아니니, 어쩌면 태생적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어려운 구조라 평해도 어색하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디즈니기에, 기본적인 재미는 갖췄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와 구조지만 여전히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비주얼은 ‘보는 맛’을 한층 높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갖게 되는 일차적인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다만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어른과 아이가 확실히 나뉘겠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 뜻밖의 감동이나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어른과 아이 모두를 사로잡았던 여타 작품들과 달리, ‘고장난 론’은 어른과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확연히 나뉘어져 있다.

예컨대 ‘고장난 론’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소 식상한 이야기 구성을 갖는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가 디즈니 작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왔던 어른 관객들에게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없겠지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만큼 어린이 관객에게는 이것 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겠다.

반면 어른 관객이 작품에서 재미를 찾게 되는 요소는 바로 노골적인 ‘현실 꼬집기’다. 영화에는 개인의 취향마저 정형화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알고리즘, 개인정보 보호는 뒷전이고 소셜 커머스에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몇몇 기업과 사회문화적 흐름을 비판한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특히 ‘고장난 론’은 디즈니가 애플과 페이스북에 유감을 표하는 방식으로 이를 내놓은 것인지 의심될 정도다. 새로운 혁신과 비전을 꿈꾸기 보다, 돈벌이에 맹목적인 빌런 캐릭터는 자연스레 팀 쿡(애플 CEO)을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그려졌고, 이용자의 SNS 검색을 알고리즘화하고 소셜 커머스에 이용하려는 모습은 페이스북의 최근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요컨대 이야기 자체적으로 큰 흥미를 유발하지 않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여러 부가적인 요소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디즈니 작품인 만큼 기본적인 재미와 완성도가 보장돼 있으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에 따라 가족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즐기고픈 관객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개봉: 10월 27/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사라 스미스, 장 필립 바인, 옥타비오 로드리게즈/출연: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잭 딜런 그레이저, 올리비아 콜맨, 에드 헬름스/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러닝타임: 10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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