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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25. 2021

‘휴가’ 일상의 가장 숭고한 가치 ‘밥줄’을 위해

[리뷰] ‘휴가’ 일상의 가장 숭고한 가치 ‘밥줄’을 위해

영화 ‘휴가’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재취업이 아닌 농성을 택한 노동자의 삶을 내밀하게 파고들며 그네들의 마음과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영화 '휴가'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재복(이봉하)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간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 재복.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영화 ‘휴가’(감독 이란희)는 길 위에서 1882일째 농성중인 해고노동자 재복이, 해고무효소송의 최종 패소가 결정되자 집으로 열흘간의 휴가를 떠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마’, ‘결혼전야’, ‘천막’ 등으로 우리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던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해고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삶과 일상을 담았다.

영화 '휴가'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인권과 노동, 인간성, 어쩌면 누군가는 진부한 소재라고, ‘아직도’ 그 소리냐고 말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해고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네들의 파괴된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일전에도 여럿 관객과 인사를 나눴기 때문. 그러나 ‘휴가’는 앞선 작품들에서 만날 수 없었던 보다 깊은 감정의 결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정직하고 굳건하게, 따뜻하고 세밀하게 담은 해고노동자들의 사생활은 보는 이의 마음을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이게 한다.

특히 ‘휴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지만, 사실은 가장 숭고한 일인 ‘밥줄’에 대해 다각도로 바라보며 노동의 당위를 설명한다. 하얀 밥과 불어버린 라면, 차갑게 식은 도시락 등 다양한 미장센을 통해 영화는 결국 노동이 ‘먹고 살기 위한 과정’의 한 방편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영화 '휴가'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요컨대 노동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가장 천대 받지만 가장 숭고한 가치 중 하나인 ‘밥줄’에 대해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이웃집 아저씨를 보는 듯한 투박한 얼굴을 내세우며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그렸다. 관객은 재복의 무뚝뚝한 표정으로부터 그네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슬픔, 희망과 감사 등 복잡 다양한 심경을 엿보게 된다.


개봉: 10월 21/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이란희/출연: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김정연, 이승주, 서광택, 황정용, 이승원, 박재형, 복운석/제작: 작업장 ‘봄’/배급: ㈜인디스토리/러닝타임: 8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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