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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Oct 26. 2021

몰입 힘겨운 ‘지리산’…정상 오르면 달라질까

[리뷰] 산으로 간 CG에 몰입 힘겨운 ‘지리산’…정상 오르면 달라질까

김은희 작가의 신작 ‘지리산’이 공개됐다. 이미 수 차례 호흡을 맞춘 베테랑 제작진과 배우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었던 만큼 ‘지리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았다. 그러나 공개 직후, 드라마는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어설픈 CG로 보는 이에게 당혹감을 안기고 말았다.


드라마 '지리산' 스틸. 사진 tvN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 오늘도 조난당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눈코 뜰새 없이 산을 타던 그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배정됐다. 이강의 파트너가 된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는 출근 첫날부터 허겁지겁 구조현장으로 투입된다. 태풍이 오기 전 한시라도 실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 말 못할 비밀을 가진 현조는 환상처럼 펼쳐지는 실종자의 모습을 이강에게 설명하고 실종자를 찾는데 성공한다.

드라마 ‘지리산’(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희)은 베테랑 레인저 서이강과 비밀을 간직한 신입 레인저 강현조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도깨비’와 ‘스위트홈’ 등의 연출을 맡았던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글을 썼다. 배우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이 주연을 맡았다.

최근 몇 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김은희 작가가 처음으로 주춤한 모양새다. 물론 시청률과 화제성이야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는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어설프다 못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CG가 시청자의 몰입을 단숨에 깨뜨린 이유다.

이야기 초반부터 시작되는 급박한 구조 현장, 어둡진 않으나 중후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톤 앤 매너. ‘지리산’ 1화는 또 한편의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을 예고하는 듯 했으나,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관객의 기대마저 씻겨내려는 듯 어색한 CG가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크게 반감시켰다.

‘지리산’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은 CG에 국한되지 않았다. 김은희 작가의 지난 작품들과 어울리지 않는 무던히도 진한 PPL은 다소 번잡함을 만들고, 전혀 로맨틱 하지 않은 상황과 대사 속 왜 흐르는지 모르는 핑크 빛 기류가 황당함을 불렀다. 플랫폼이 바뀌어서일까. 다른 이도 아닌 김은희 작가의 각본인데다가 ‘스위트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의 이응복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만큼, 이처럼 계속해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협화음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미스터리한 전개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라마는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순차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소 어색한 부분들 탓에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려가듯 몰입감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지리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감정의 연쇄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드라마 ‘지리산’은 총 16부작이다. 25일 오늘, ‘지리산’은 총 2화까지만 공개됐을 뿐이다. 산으로 치면 이제야 막 발걸음을 뗀 셈이다. 지난한 과정이 있은 뒤 정상에 오르면 개운함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지리산처럼, 드라마 ‘지리산’ 역시 클라이맥스에 닿았을 때 시청자에게 아쉬움을 모두 뒤엎을 무언가를 선물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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