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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히 May 07. 2024

전공을 살린다는 것

나는 국어국문과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내내 국어국문과를 보고 공부했고, 대학도 국어국문과만 지원했다.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선택했다. 대학교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수석으로 졸업도 했다. 국어국문과를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통의 국어국문학과 출신이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사람을 뽑고 교육하는 위치에 있기도 해서 구직자들과 대화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 본인들의 전공에 대해 고민이 많다. 2년 혹은 4년 그 이상의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전공에 따라 구직해야 할지, 말지 걱정도 많이 한다.


나 역시 사회초년생일 때 똑같은 고민과 걱정을 했다. 대학교 4년 간의 학비가 적은 것도 아니었고, 20대 초반의 시간을 다 쏟아부었는데 그냥 외면하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되어야 하나, 작가가 되어야 하나 답도 바로 나오지 않는 수많은 생각에 짓눌렸던 것 같다.


그런데 꼭 전공이 내 밥벌이가 되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전공이 뭘까. 국어국문과, 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 인테리어디자인학과, 태권도학과 등등 세상 온갖 직업의 나열 같은 전공 이름들이 진짜 전공일까.

전공을 공부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던 경험, 여러 사람들과 합동과제를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겪었던 갈등과 해결, 자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시간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 다양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치가 진짜 전공이라고 생각한다.


국어국문과니까 제안서 쓰는 내용이나 맞춤법 등은 남들보다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영원하지 않다.

국어국문과인데도 세일즈를 선택한 것은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 떨리지만 기대됐던 희열감,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기 초부터 주간단위로 계획을 세웠던 꼼꼼함, 어려운 과제를 받아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냈던 인내, 술 마시고 밤새 놀았어도 수업엔 충실했던 성실함…… 이런 것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전공을 했든 상관없다. 전공을 공부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려고 한다면 그 경험은 분명 미래의 나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내 전공은 이래서 사회에서 써먹을 게 없다는 푸념은 하지 말자. 내가 바라보는 대로 내 미래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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