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조현병 환자지만 잘 살고 있어요!
수입도 있고 결혼도 했고... 플스도 있다구요.
by
SOM
Mar 28. 2024
항상 너무 무거운 이야기, 너무 힘든 이야기만 한 거 같아서, 조금 염려가 되었다.
이러다가 다들 지쳐서 읽기를 관두시는 것 아닌지?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조금 밝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특히, 조현병 환자나 조현병 가족들. 그 당사자들에게 어쩌면 빛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해보는 게 목표이다.
과연 조현병 환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물론 나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나일 뿐, 모든 조현병 환자들의 삶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삶은 어떨까 하면, 꽤...그래도 나름 괜찮다고 자부한다.
물론, 가끔씩 소리를 지르며 울기도 하고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어떤 날은 똑같이 그렇게 우는데 기뻐서 우는 날도 있다. (주로 명상을 하다가 주요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풀린 날이다.)
혹은 너무 힘들어지면 힘든 마음을 주체를 못해 스스로를 폭력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뺨을 때리고 머리를 치는 행동도 한 적이 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꽤 자주 그렇게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니면 이 주에 한 번.
어떤 일이 그렇게 힘들었냐는 질문에는... 정말 우스운 답변을 할 수 있는데, 확실한지는 몰라도 하나의 답이 있다.
햇빛을 못 쬐어서 그렇다.
사실 그 말고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를 데리고 수많은 임상 실험을 한 결과, 햇빛을 많이 쬔 날은 저녁에 좀 덜 우울하더라. 항상 저녁만 되면 우울하고 특히 집에만 하루종일 있은 날은 더 힘들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고 곰곰히 생각도 하고 스스로 관찰도 했는데, 햇빛 부족인 거 같다.
세로토닌 합성이 잘 안 되는 걸까?
중요한 것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나를 관찰한 것이라고 믿고, 너무 우울한 얘기에서 다시 밝은 얘기로 틀어보자.
갑자기 손이 막막해진다.
그런데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심지어 조현병 글을 쓰는 사람의 이력을 누군가가 믿어줄까?
흠, 일단 고 3 여름방학 때 발병한 이 병이 다행히도 수시에 필요한 내신이 모두 결정된 이후 터졌
다
.
그로 인해 나는 병에 걸려 학교를 빠지고, 혼자 상상 속의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시험을 제대로 못 치고, 수능도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훨씬 더 낮게 나왔지만... 내 원래 성적으로 대학에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지원한 대학은 수시에 두 가지 전형이 있었는데,
하
나는 수능 최저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이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쓰려는 모든 글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조현병 환자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고, 특히 스스로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고, 나도 저렇게 잘 살 수 있어. 나도 저렇게 일반적이고 평범하게, [그저 나의 특이한 특성 하나가 붙은 채로 약만 잘 먹는다는 전제 하에 잘 살 수 있어.]
그렇게 생각을 해준다면, 그것이 내가 원래 글을 써서 나를 오픈하려던 목적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우울하다.
아직은 내가 완벽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룬 것 중 하나가 위의 서울대학교 합격이었고, 어떻게 합격하게 되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또 다뤄보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 결혼
남편은 이 이야기를 보자마자 웃더라. 내가 무슨 퀘스트이고 도전과제 달성한 그런 거냐고.
응. 그래.
너는 나한테 삶에서 반드시 얻고 싶었던 무언가였고, 난 그걸 얻어서 너무 행복하고 뿌듯해.
그걸 얻어서 내 삶은 많이 안정되었고, 나는 더 행복하고 좋아졌어.
그러니까, 남편아.
내가 너무 속 썩일 때도 많고, 네 굴곡 적었던 인생에서 나같은 핵폭탄 쓰나미가 와서 힘들 때가 참 많겠지만...
그래도 나같은 걸 참고 견뎌주고, 아직 나는 인식할 수 없는 너의 큰 사랑을 내가 언젠가 더 크게 돌려줄 때를 기다려줘.
네가 해주는 모든 것에 난 너무 감사해.
...하다보니 갑자기 남편한테 편지를 쓰는데 이 몇 줄을 쓰는 와중에도 눈물이 난다.
그래, 조현병이 내 인생에 엄청난 장애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여유와 수용성,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겪어내고 아직까지도 생존해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 자부심을 넘어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 나라는 존재에 대한 특별감....
일본의 어느 예능에서 도쿄대 신입생이 한 이야기인데, 압도적 자신감이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하더라.
나는 압도적 자신감이 아니라, 압도적 승리감도 아니라, 압도적인 사랑이 생겨났다.
글쎄, 내가 이전까지 너무 사랑 없는 세상에 살아서인지, 조현병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그 사랑은 나에게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그 외에 내가 얻은 것 한 가지를 더 더하라면,
-나 자신에 대한 수용
이다. 나 자신을 수용하는 법. 이전까지의 나는 나 자신을 다그치고, 혼내고, 울음을 터뜨리게 하고, 폭력적으로 굴어왔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해 수용하고 돌보아주는 법을 익혀가는 길이다.
이것은 위의 두 가지와 다르게 정성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어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수용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잡아먹었다고.
현재 성취도도 낮은 편이다. 내 목표 지점에 비해서는 한참 낮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다.
마치 알에서 새가 깨어나듯이.
인지왜곡이라는 감옥에서 스스로 풀어내는 내가 되고 싶다.
그 사이 약은 먹어야 겠지만, 약을 안 먹는 경지는 마치, 게임에서 모든 보스도 모든 히든 보스도 모든 보물들도 모두 얻고 엔딩을 봤는데 그 뒤 나오는 어떤 씬 처럼, 나에게는 마치 히든엔딩 같이 선물처럼 다가오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직은 그 경지가 아니다.
한 챕터 2의 파트 2나 3 정도 깨고 있지 않을까?
그 챕터가 몇까지 이어져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게임처럼 누가 디자인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안에 있는 신성을 깨달아가는 길일테니까.
그래도 앞서 간 선지자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오늘의 글, 여기서 끝!!
ps. 그래서 결론이 뭐냐 하면 나 이렇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앞으로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조현병
결혼
환자
작가의 이전글
나쁜 본성을 바꾸는 법
나, 힘들었어요.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