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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Dec 05. 2022

11/30(수) The chilly day

11월의 마지막 날,

겨울을 재촉하는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덜덜덜덜.



처음으로 장갑도 꺼내고 목도 두르고 모자까지 쓰고

꽁꽁 싸매고 유치원에 갑니다. 

길가의 웅덩이는 얼음이 생겼습니다. 

덜덜 덜덜.


1. 기다리는 엄마가 잘 보이도록 



여니가 왔습니다.

여니는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잘 보이게  항상 버스 오른편에 앉습니다.

엄마를 보면 연신 손을 흔들어 주지요^^ 

헤어진 연인을 만나듯 너무 기쁩니다.

여니의 눈이 엄마에게로만 향하네요♡



2. 또 100점이야?! 



오늘도 100점을 받아왔습니다.

여-"엄마 가방 열어보자. 오늘은 100점은 아닌 것 같아 조금 헷갈렸거든~"

엄-"괜찮아 여니가 어려운 글자도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그걸로 100점이야~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라며 두근두근 노트를 펴보는데~


엄- " 여니야! 100점이야~~~~!! 우리 여니 실수 안 하고 잘 썼네!!???? 진짜 멋지다! 최고다!"


조금 오버해서 마구마구 축하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어깨가 한껏 올라가도록이요.

아이 스스로 노트를 보여주며 얼마나 칭찬받고 싶겠어요. 

집에 와서도 몇 번이나 노트를 펴보며 좋아합니다.


아이의 노트를 보니 지웠다 썼다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아이의 이 애씀이 저에겐 왜 이리 짠~하게 다가올까요. 

점수 100점의 빨간색 글자보다 

아이의 썼다 지웠다 다시 쓰인 흔적들이 제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잘해보려 애쓰는 모습이 정말 대견합니다. 

이렇게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 같은 공간 다른 놀이 



여니는 옷 입히기를 참 좋아합니다.

혼자서도 놀지만 제가 함께해줘야 하기에 조금의 한계가 있지요.

작은 손으로 가위질도 어찌나 잘하는지요^^


토실토실 볼살 사이로 야무지게 다물어진 입.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후니는 월드컵과 포켓몬의 조합으로 놀이를 시작합니다.


포켓몬들이 대결을 해서 이기고 지고를 판단,

어떤 포켓몬이 16강에 진출하며 결승에 갈 것이냐!

비겼을 때는 골득실이 없으니 가위바이보로 정합니다. ㅎㅎㅎㅎ


" 엄마는 잠만보해 나는 누구(?)고~ 자! 가위 바위 보!!" ㅋㅋㅋ


후니에게는 이런 능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모든 것을, 현실에 일어나고 있는 흥미 있는 것들을 

이런 식으로 수치화시키고 놀이로 접목을 시킵니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자동차도 포켓몬도 우주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역사도 곤충도 

매번 이런 식입니다.


저는 이런 식(?)의 놀이를 하는 후니가 너무너무 대견합니다. 대단하기까지 합니다.


이럴 땐 옆에서 말도 걸지 말고 잔소리도 하지 말고

마음껏 어지르고 거실 바닥이라는 스케치북을 마음껏 이용하도록 그냥 두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 두 아이가 다른 놀이를 합니다.


각자가 이끌리는 대로 좋아하는 대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데로.


이 귀하디 귀한 어린 시절,

어떤 겁박에 사로 잡히지 않아도 되는 이 시절

마음껏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게 두고 싶습니다. 


너른 시간이 있어야 책을 보고

너른 시간이 있어야 놀이를 합니다.

놀이는 창의력이고 놀이는 공부입니다.


지금 저희 아이들은 엄청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 잔소리 1도 없이 정말 즐겁게^^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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