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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Jan 09. 2023

7살 여니의 한자검정 8급 시험


여니가 유치원에서 동의서를 받아 왔습니다.

한자 8급 검정시험 동의서였는데 응시료가 16000원이었습니다.


한자를 한 번도 접해준 적이 없기에 동의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여니 한자시험 응시 안 하셨더라고요? 여니가 보고 싶어 하는데 왜 안 하셨어요?"

"네? 여니는 한자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시험을 봐요?ㅋㅋㅋㅋㅋ" 했습니다.

"어머니~유치원에서 1년 동안 한자를 배웠거든요. 여니가 곧 잘했어요. 여니 정도면 시험을 봐도 패스할 거예요. 여니도 보고 싶어 하니 응시해 보세요~"

라는 겁니다. ㅋㅋㅋㅋ



첫째 때는 7살에 처음 유치원에 보내놓고 걱정이 되어 일거수일투족 뭐 했나 살피고 궁금했었던 것 같은데

여니는 정말 신경을 안썼네요ㅠㅠ

예민한 성격을 맞춰주는 것만도 솔직히 벅차기도 했고요 ㅎㅎㅎㅎㅎㅎ


"엄마 나 한자 시험 보고 싶어~"

라는 여니의 말을 듣고 동의서와 응시료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럼에도........ 기대를 하지 않았지요.


시험 보기 전날 선생님께서 또 전화가 오셨습니다.

"어머니 내일 한자 시험 보는데 보내드린 프린트물 여니랑 한번 살펴봐주세요~"

유치원에 돌아와 하루 종일 놀고 있는 아이에게 시험 보니 공부하고 가자라고 말하기가 싫어

그냥 두었습니다.


근데..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 내일 시험 봐서 선생님이 공부하고 오라고 했는데 이거 한번 쓰고 자야 돼"라며

자리를 잡고 앉아 한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때 아이가 한자 쓰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시험을 보고 온 날

"엄마 선생님이 여니 잘했어라고 말해주셨어~ 나 잘한 것 같아"라고 얘기해 주었지요.

"기특하네 내 딸 !" 이라며 칭찬을 해주고는 넘어갔는데.



일주일이 넘어갔을 쯤

"엄마 한자 시험 어떻게 나오는지 엄마는 모르지? 내가 한자 시험 내줄까?" 합니다.

"그러게 궁금하네....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와?" 물으니


A4용지를 가져다 한참을 앉아서 쓰고 지우고 씁니다.





"자 ~ 이제 엄마 풀어봐!!"




열심히 풀어서 제출(?) 했더니 틀린 거 채점까지 해서 돌려줍니다.


솔직히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가 이 정도로 잘 기억하고 이렇게 한자를 잘 하는지 몰랐거든요.

한문제 한문제 기억 속에서 꺼내놓는 문제들.

서툰 한글 실력으로 문제들과 수고해요!라는 글자를 야무지게 써놓은 모습들

어느 것 하나 기특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엄마가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아이는 알아서 자기 것을 챙긴다는 것을요


애써서 챙기고 살피다 보면

나쁜 결과에는 실망감과 서운함이 쌓이고

좋은 결과에도 당연한 결과라 안주하게 됐습니다.


조금은 멀리서 지켜보고, 때론 무관심으로

아이에게 사랑만 듬뿍 주었더니

기대도 실망감도 서운함도 없고

놀랍고 신비롭고 기특함만이 남았습니다.


조금은 조금은 놓아 놓고 키워도

아이는 잘 커줄 것이라.... 믿어보려 합니다.


" 기특하다 내 딸. 진심으로.

부족한 건 여니가 아니라 엄마였어. 언제나. 그리고 앞으로 그럴 테지.?"





블로그에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쓰고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ari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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