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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Dec 22. 2022

책 육아/ 결국 유행을 받아들이다.(포켓몬!!!)


포켓몬 띠부씰이 유행을 시작한 지 꾀 지났지요?

후니는 3학년 2학기가 되어 폭발적으로 포켓몬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여니도 함께 하지요.


둘이서 포켓몬에 퐁당 빠져서 지냅니다.

둘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포켓몬일 정도지요.



책 육아를 하며 제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 반짝이는 화면 속 세상입니다.

게임, 유튜브, TV 같은 것들이지요.

솔직히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

되도록이면 그냥 모르고 지나갔으면 했습니다.



유행은 돈은 돈대로 쓰고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그곳으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결국 아이에게

게임도 띠부씰도 허용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아빠 핸드폰으로 게임부터 합니다.

어떤 포켓몬을 잡았는지 궁금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엄마가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게임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매일 빵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편의점에 가서 빵도 사다 줍니다.




원하는 띠부씰이 나오면 방방 뛰며 좋아하고

포켓몬 띠부씰 보관함을 펴놓고 포켓못 빵을 먹으며 포켓몬 게임을 합니다.


원하는 띠부씰이 계속 나오지 않아 속상해하면

당근 마켓을 기웃거립니다. 중복으로 나오는 것을 교환해 주고 싸게 나온 띠부씰은 구매도 해주었습니다.





포켓몬 보드게임도 샀습니다.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펴놓고도 휴대폰 게임을 합니다.

보드게임 구성품으로 전력을 비교하고 순위를 나열해 보기도 합니다.



포켓몬 게임은 더더욱 아이들의 일상을 사로잡습니다.

작은 책을 감싸 포켓몬 볼을 만들어 포켓몬을 잡겠다고 던지고 다닙니다...


그런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말도 있잖아요?

학교에 유치원에 가면 아이들은 포켓몬 이야기를 합니다.

포켓몬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놀지요.

내 아이는 말 한마디 할 수 없고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편의점이며 가게마다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들을 팝니다.

물론, 그런 또래의 이야기 따위 신경 안 쓰는 아이였으면 좋았겠지요.


학교를 다녀온 후니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 엄마, 나도 친구들이 하는 포켓몬 게임이 뭔지 궁금해~"


속으로는 백 번이고 외쳤습니다.

' 넌 그런 게임은 안 해도 돼!! 그거 하면 얼마나 중독되는 줄 알아!! 책 육아로 쌓아놓은 것들이 무너지면 어떻게...남들 다 좋아한다고 너도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아이의 조심스럽고 간절한 말에 저는 며칠 뒤 신랑의 핸드폰에 게임을 깔아 주었습니다.


깔아주는 순간부터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미친 듯이 빠져들 것이라는 것을요.

특히 후니는 말이죠.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포켓몬을 바닥까지, 깊이, 끝장을 볼 때까지 즐기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당연히 책이 함께입니다.



포켓몬과 관련된 책들은 계속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만 있는 것도 있고 글이 많은 책도 있고 사전 같은 책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포켓몬에 빠져있을 때 더 빠질 수 있도록 책을 읽게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게임은 아빠 핸드폰에만 있기 때문에 아빠를 만나는 30분~1시간만 할 수 있었고

띠부씰은 아이들이 모으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만화영상은 보지 않습니다. (영어 디브이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나머지의 시간은 책을 보고 놀면서 보내지요.


그렇게 더 깊게 몰입하도록 내어주었더니 함께해 주었더니

아이는 이렇게 아웃풋을 보여줍니다.



좌표를 그립니다.

x축은 방어능력입니다. y 축은 공격 능력입니다.

수치는 후니가 알아서 정합니다.

공격 1에 방어가 10부터 시작합니다.

포켓몬들이 가진 능력들을 파악해서 (x, y)의 좌표를 찾아 이름을 적어둡니다.



토계피는 공격도 방어도 약하니 정말 약한 포켓몬이네요.

잠만보가 은근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모래무지(?)는 방어만 강하고 공격은 약합니다.



x축이 뭔지 y축이 뭔지 일차함수가 뭔지도 모르는 아니는

포켓몬이라는 캐릭터들로 이런 좌표를 만들어 놓습니다.





좌표 그리기가 끝나면 다시 판이 벌어집니다.

모래 공격치를 각자 가지게 되고

배틀을 해서 공격치를 업(UP) 할 수 있습니다.

표를 그려 표현하지요.



쓱쓱쓱 몇 시간이고 책을 곁에 끼고 칠판을 채워갑니다.




저는 게임을 안 해서 xp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레벨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래는 어떤 용도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게임 속 세상을 후니의 나름대로 정리하고 재탄생 시킨 것임은 분명하지요.



어떤 날은 1위부터 포켓몬을 나열합니다.

방어1위부터 공격1위 순서대로.



이날은....복잡한 분수가 등장했습니다.

잉어킹 35/36 -> 2/36

라이코 19/36 -> 18/36 -> 7/36


??????????????????????????????????/


" 후니야 이게 뭐야???"


"엄마 이거 다 설명하려면 엄청 길어서 지금은 설명 못해..."

주사위 2개를 던져서 뭔가를 했나? 분모가 36인게 수상하네요...ㅎㅎ



그리고 오빠를 따라 하는 여니는 덤입니다.^^


"엄마, 애들한테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면 다 학원 가야 돼서 안 된대... 규규"

라고 말하는 후니입니다.

어느 친구도 후니와 놀아줄 아이가 없습니다.

친구들은 학원을 10개씩 다니고요. 매일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깁니다.


이렇게 치열한 세상에서

저는 아이가 포켓몬만 가지고 놀고 자빠져(ㅋㅋㅋ) 있는 모습이

쓸데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포켓몬을 그저 즐거운 가상세계의 게임으로 끝내지 않고

자신만의 마인드맵을 완성시키는 후니를 보면

어떤 것이든 더 깊게 몰입하게 두어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깊게 몰입하고 끝장을 보면 바닥을 치고 나와 다른 것에 관심을 찾을 것입니다.

후니의 포켓몬의 몰입도 이차 함수 그래프의 최댓값을 찍고 내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주제로 포물선을 완성시켜 나갈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에게 너른 시간을 주면 아이는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뽑냅니다.


그것이 물론 부모의 기준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기준으로 아이를 봐라봐 주는 부모가 되어보아요.

이 유행도 지나갈 것입니다. 말그대로 유행이니까요.

내 손으로 게임깔아주고 돈까지 써가면서 무슨짓이냐 자책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유행을 즐겨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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