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쥐일지도

by 해안 강민주

나는 박쥐일지도


해안 강민주


늘 스스로가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누군가 박쥐를 욕할 때마다

괜히 어깨를 움츠린다.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간다고,

낮에도 밤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 한편이

조용히 쿡, 하고 눌린다.


박쥐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고

빛 속에서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것뿐인데.


나는

낮에도 살아야 하고

밤에도 살아야 한다.


결혼만 해도 그렇다.


친정이라는 나라와

시댁이라는 나라 사이,


보이지 않는 국경선 위에

남편과 나는

늘 위태롭게 서 있다.


양쪽의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매번 시험대에 오른다.


“어디에 설 거냐.”


“충성은 하나여야 한다.”


그 눈빛과 목소리들.


하지만 나는 안다.


이쪽에도 사랑이 있고

저쪽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군가의 편을 들어

불을 붙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다리를 놓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왜

둘이 싸우고

나보고 선택하라 하는가.


종교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교회의 종소리도 있고

절의 목탁 소리도 있고

굿판의 북소리도 있다.


조상의 제사상 위로

향 냄새도 조용히 올라온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오래된 믿음들까지

모두가 뒤엉켜

흐르는 세상.


그 속에서 사는 나에게

어떻게 한 방향으로만

고개를 숙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도

하나님께 두 손 모으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직감에 올인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불순하다 말하겠지만

경계 위에 선

내게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호흡이다.


경계에 서 있으면

발바닥은 아프고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뛴다.


그래도 나는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누군가에게 나는 여전히

박쥐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진짜 나는


빛과 어둠을

함께 품고 사는

그저 이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낮을 버리지 않고

밤을 배신하지 않는 삶을 산다.


그 위태로운 경계 위에서

오늘도


양쪽을 다 안고

조용히

나다운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