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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처럼 맵고 달콤한 엄마의 한 말씀

by 엄마쌤강민주

떡볶이처럼 맵고 달콤한 엄마의 한 말씀

― 노루벌 해피하우스에서


글: 해안 강민주


금요일 저녁,

노루벌 해피하우스에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들 친구들.

벌써 네 번째다.

앳된 중학교 1학년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어깨에 성인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치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을 벗고,

소파에 자연스레 몸을 던졌다.

이제는 제 집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소란스럽고도 다정한 웃음소리가

해피하우스를 금세 따뜻하게 채웠다.


잠시 후,

배달된 떡볶이 냄새가 부엌을 감싸며 퍼졌다.

매콤하고 달콤한 향에 이끌려

아이들은 본능처럼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도 아이들 사이에 조용히 앉았다.


떡볶이 그릇을 하나씩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얘들아,

아줌마가 곧 책을 낼 거야.”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귀신 이야기도 나와.”


“귀신이요? 무서워요.”

“저 무서운 건 진짜 못 봐요…”


아이들의 반응에 웃음이 터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무서운 귀신 이야기는 아니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에 대한 이야기야.

아줌마가 겪어본 바로는 말이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더라고.”


잠깐, 떡볶이를 집던 손들이 멈췄다.

아이들의 눈빛이 조용히 내 말에 닿았다.


“너희도 언젠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그런데 아무 준비도 없이,

책임질 마음 없이 생명을 만든다는 건…

그 작은 영혼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어.”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함께 걸어갈 각오가 필요해.

생명은 그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깊은 책임 속에서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이거든.”


아들은 민망한 듯 몸을 뒤척이며

“아… 엄마 진짜…” 하고 눈을 피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아이는

떡볶이를 입에 머금은 채 말했다.


“왜요? 재밌는데요.

더 이야기해 주세요!”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따뜻하고 진지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삶의 무게를 어른보다 더 깊이 받아들일 줄 아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조용히 2층으로 올라왔다.


아래층에선 여전히 웃음소리가 가볍게 퍼지고 있었다.

그 안 어딘가에,

내가 건넨 이야기 한 조각이

작은 바람처럼 조용히 스며들었기를.


이 여름의 우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삶의 바람 앞에서도 쉽게 흩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새 생명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이 해피하우스의 떡볶이 냄새와 함께,

오늘 밤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기를.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별님에게 기도드렸다.


이 아이들과 늘 함께해 주소서.

이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소서.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아이에게,

오늘 제가 전한 이 이야기를

다시 전하는 부모가 되게 하소서.


#아이 키우기 #엄마쌤강민주 #성폭력전문상담원

#노루벌해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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