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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원 지원금의 그림자

by 엄마쌤강민주



25만 원 지원금의 그림자


글: 엄마쌤 강민주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원하겠습니다.”


누군가는 반가워하고,

누군가는 속으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 돈을 다 지급하려면,

내가 내야 할 세금은 얼마나 늘어날까?’


그래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액수를 나눠주겠다는 말에,

그 ‘모든 사람’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선별 지급 이야기가 나오자

계산기는 더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까지 함께 계산하게 된다.


코로나 시기, 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조용히, 그러나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내가 세금은 더 내는데, 왜 나는 받지 못하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지원금을 받았고

그는 받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던 경계선이 생긴 것만 같았다.


어느 날, 그 친구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원금 받은 친구는 소고기를 사 먹었는데,

나는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어.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싶더라.”


웃으며 들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이 은근히 비교되고 나뉘는 풍경이,

우리의 경제적 위치를 조용히 구분 짓고 있었다.


물론, 이런 내 투정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나라의 경제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안다.


그리고 맞다.

나라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고통받는 건 서민이다.


하지만 선별 지급이란 이름으로

국민 사이에 또 다른 계층의 선이 그어지고,

그로 인해 갈등과 서운함이 생긴다면

과연 그 지원은 진짜 ‘국민 지원’ 일 수 있을까.


어딘가 애매한 자리에 선 우리,

바로 그 중산층도 지금은 충분히 버거운 시기다.


중산층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지원 대상’엔 들지 않지만

‘기여 대상’에서는 늘 빠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야 하는 자리엔 있지만,

그만큼의 혜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 간극이 쌓이면,

마음속엔 어느새 불신이 자리 잡는다.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렇게 묵묵히 세금을 내고 있는 걸까?”


물론 안다.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누구나 어렵다.

서민도, 중산층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고 해서

덜 아픈 건 아니다.

그저 말없이 견디고 있는 이들이 많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단지 돈이 아닐지도 모른다.


받지 못해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

내가 낸 세금이

정말 필요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확신.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소외되지 않았다는

‘공정한 위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진짜 ‘국민 지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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