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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겠다

외동아들 키우기

by 엄마쌤강민주

너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겠다


글: 엄마쌤 강민주


어제 해피하우스에서 풀을 뽑았다.

땡볕 아래 메마른 땅을 내려다보며

가뭄에 갈라진 흙 위로 정성껏 물을 뿌렸다.


목마른 식물들이 파르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온몸도 흙투성이.

햇빛에 그을리고, 땀에 젖은 채 집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주방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샌드위치 먹을 거지? 엄마 것도 만들고 있어.”


아들이었다.

이런 순간마다,

아들 키우는 재미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엄마 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

“엄마 차 번호 떴어. 내가 그걸 봤지.”


엄마의 일정을 훤히 꿰고 있는 열여덟 살 아들.

엄마의 피곤함도, 엄마의 마음도

슬쩍 눈치채주는 그 마음이

오늘따라 기특하게 다가왔다.


나는 해피하우스에서

아들에게 주려고 직접 따온

산딸기와 블루베리를 싱크대에서 씻는다.

물줄기 아래에서 붉고 푸른 알맹이들이 반짝인다.


그때, 아들이 묻는다.

“엄마, 할머니랑 중국 여행 가기로 한 건 어떻게 됐어?”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래, 엄마 칠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떠나려 했던 여행.


하지만 남편도 시간 안 된다고 하고,

남동생도 얼마 전 장모님 모시고 제주도 다녀왔으니

올해는 힘들겠다며 내년 봄으로 미뤄졌다.


나는 조심스레 말한다.

“근데 내년 봄이면 네가 고 2 알 텐데…

엄마가 너만 놓고 갈 수 있을까, 고민돼.”


그러자 아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가지 마. 엄마가 첫째니까 가면 돈 많이 써야 되잖아.

그냥 가지 마.”


그 말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여행은 못 가도 칠순이잖아.

용돈은 드려야지.

엄마도 예전엔 할머니한테 뭘 해드리는 게

조금 부담스럽고 힘들었어.

근데 네가 어릴 때 엄마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해주는 거

나중에 나도 엄마 아빠한테 똑같이 그렇게 해줄 거야.’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그래서 나는

엄마 아빠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되돌려 드리려 노력한다,


그 얘기를 들은 아들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한다.


“나는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해주는 것만큼은 안 할 건데.”


어이가 없어 아들을 바라보는데,

그 녀석이 슬쩍 웃으며 덧붙인다.


“나는 외동이잖아.

그러니까 엄마 아빠한테 더 많이 해줘야지.

나만 믿어.”


그 말을 백 퍼센트 믿을 순 없지만,

그 웃음과 눈빛 속의 다정함은 믿고 싶어진다.


맛있는 샌드위치를 입에 넣으며,

내가 가져온 딸기를

맛있게 집어먹는 아들을 바라본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언젠가 어른이 되어

자기 삶의 무게를 감당하겠지.


나는 그 무게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얹히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짐한다.


사랑하는 아들들에게 늙어서 짐이 되지 않도록,

내 노후는 내가 잘 준비해 둘 거야.

지금처럼 따뜻하고 가볍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이 평범한 오후의 작은 밥상 위에도 사랑은 익어간다.

샌드위치의 따뜻함처럼,

과일의 단맛처럼,

우리 사이에 오늘도

몽글몽글 마음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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