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개인적인 비극으로 보는 관점(personal tragedy theory)은 장애인들이 다르고, 부족하고, 의존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만든다(Oliver, 2009a). 이러한 관점은 비장애인들 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구조적 환경에서 장애를 만드는 요인을 사회에서 찾기보다는 개인 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게 만든다(Barnes et al., 2002; Shakespeare, 2006). 장애인들 이 마주하는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장벽은 비장애인들에 의해 손상 그 자체로 여겨진다. 연구참여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 근무 여건, 차별적인 사회적 지원,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등의 환경에 의해 사회에서 배제된다. 이러한 사회적 장벽들은 장애인에 대 한 억압을 발생시키고,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차이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문화를 통해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재생산된다(Sontag, 2001; Wendell, 1996). 따라서 장애를 이해하는 문화적 환경은 손상을 보기에 좋지 않고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게 만든다. 결과 적으로 이러한 사회에서 자라난 부모와 장애 당사자는 손상을 개인적인 비극으로 보고 개인이 고쳐야 하는 문제로 여기게 된다(Barnes et. al., 2002; Oliver, 2009a; Shakespeare, 2006).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장애를 다르고 부족하고 의존적인 것으로 보 는 이데올로기는 김희주의 내러티브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희주가 가진 질병이나 건강상태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비장애인들과 비교하여 다른 종류와 양이 필요한 그녀의 요구를 만족 시켜주지 못한 학교 환경은 그녀를 교육 활동에 서 배제시켰다. 김희주의 교육 참여를 위해서 개인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가족의 도움은 그녀의 다름을 부각시킴으로써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그녀가 사회적으로 의존적이라고 간주되게 만들었다. 활동의 제한과 사회적 불리함은 개 인이 가진 손상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비극적 결과물로 여겨진다(Shah, 2008) 따라서 완 전한 교육 참여를 위해서 김희주는 그녀의 부모가 가진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다른 기관으로 옮기게 된다.
가정과 직장이 뚜렷하게 분리되고 개인적 성취와 능력주의(meritocracy)를 강조하는 자 본주의 사회에서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삶의 상태는 김희주가 언제나 지원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표준화된 숙련도, 속도, 강도 는 손상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없게 만든다(Barnes et. al., 2002; Oliver, 2009b). 이것은 그녀가 비장애인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고 김희주가 삶에서 겪는 모든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시킨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맞추어진 효율성과 생산성이 가장 큰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비 장애인들에게 맞추어진 업무의 속도와 방식은 김희주가 사회에 온전히 참여하기 위해 필 요한 것들을 무시함으로써 사회에서 주변화되게 만든다. 장애인의 사회적 활동 범위가 축 소된다는 것은 양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질적인 문제이고 대개는 장애인들을 더 낮은 사 회적 지위로 이끈다(Cogswell, 1968). 주류 사회에서 주변화된 김희주는 자신이 가진 사 회자본과 경력으로 건강상태에 맞는 수행능력을 요구하는 직장 환경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김희주의 경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ㆍ경 제적 지위가 낮아지는 것이 요구되는 결정이다.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의 배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덜 문제시된다. 일 반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생활에 대한 기대는 남성에 비해 낮고, 대신에 주로 가사 일에 대한 기대를 받기 때문이다(Fine & Adrienne, 1988). 따라서 여성들이 노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Ingstad & Whyte, 2007). 같은 맥락에서 장애는 의존적 그리고 무능함이라는 아이가 가진 특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여성다움에 관한 문화적 요구와 겹쳐진다(Fine & Adrienne, 1988). 예를 들어, 여성이 갖 춰야 할 이상적인 마른 몸에 대한 기대와 연약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결핵과 같은 난치병은 20세기에 질병이 환자에게 성적 매력을 가져다준다고 생각되거나, 성적 매력이 있다고 하기에는 순수한 천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어린 아이의 죽음으로 표현되었다 (Sontag, 2001). 장애 여성이 무능하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문화적 전제는 김희주와 같이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은 무력하고 순진할 것이라는 문화적 의미를 더욱 강화시킨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게 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무능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그리고 장애는 오로지 의료적이거나 복지적인 문제로 취급받게 된다(Shakespeare, 2006). 따라서 장애를 만드는 사회 환경의 구조를 바 꾸기 위한 노력보다는 장애인들의 신체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Oliver, 2009a).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배제는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환 원시킴으로써 의료적 치료를 통해, 될 수 있는 한 사회 환경의 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몸 으로 고쳐야 하는 것이 된다(Oliver & Barnes, 2010). 몸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태도는 장애를 통제하고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의료가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 다(Wendell,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