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되는 것 1

김수현은 자신의 질병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질 병으로 인한 자신의 마음을 가장 친한 엄마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질병이 가 족 사이에 창피한 무엇인가로 인식되었던 적은 없었다고 기억하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언급되지 말 아야 할 것이었다. 김수현의 질병이 가족 안에서 언급되었을 때 특별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것 은 그녀의 가족관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었다고 그녀는 기억한다.

삼촌은 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성경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더 좋아했고, 의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결국에 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의대에 교수로 남지 못했다. 삼촌은 할아버지가 차려준 병원에서 일했는데, 수익 사업에도 도통 재주가 없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체육 선생님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 었다.

내가 첫 번째 수술을 하고 나서 우리 가족은 강남에 있는 가장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갔다. 아빠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서 일했지만, 가난한 집 막내아들이었고 월급이 매우 적은 국립대학교 인문학과 교수였기 때문에, 그 집은 외할아버지가 사주 신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지원해주는 것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 아빠가 편해야 아픈 아이에게 짜증내지 않고 돌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할 아버지는 언니와 동생의 공부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형제들이 잘되어야 내가 어려 울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했다.

외숙모는 아름다운 외모에 좋은 여대를 졸업한 사람이었고, 부잣집 외동아들에 의사 인 삼촌을 만나서 사모님으로 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내가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픈 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할아버지는 삼촌에게 공부시켜줬으니까 이제부 터는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할아버지는 사촌오빠가 의대에 진학했을 때 에도 많이 기뻐하지 못하셨는데, 그때 내가 수술하고 입원해 있었고 완전히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외삼촌은 항상 나를 업어주고 병원에서 웃게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외숙모와 사촌오빠는 우리 가족과 특히 나를 매우 싫어한다고 나는 느꼈다.

수술하고 6개월 동안 집에 누워만 있다가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서 가족 모임을 했다. 외숙모는 의대에 다니는 사촌오빠가 좋은 학점을 받았다고 할아버지께 여러 번 이야기하셨는데, 그건 아마도 자신의 아들을 칭찬해달라는 제스쳐였다. 그런데 할아버 지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눈으로는 나를 내려다보고, 손으로는 내 등을 만지면서, 우리 수현이가 오늘 입은 꽃무늬 드레스가 너무  예쁘게 잘   어울린다면서 벌써 예쁜   숙녀가 된 것 같다고, 그렇지 않냐고 모든   가족에게 여러 번 말했다. 사실 내가 굴러가는 낙엽에도 잘    미소 짓고, 사과 같은 빨간 볼은 가진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식사 시간에 항상 나를 옆자리에 앉혀주었다. 사촌오빠가 대학교에서 척추측만증에 대해서 배웠는데, 앉을 때   구부정하게 앉으면 척추가 휘어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순간   모든   가족이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울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엄마는 이모에게 나를 데리고 마당에 나가서 감나무   구경을 시켜주라고 했다.마당에 나가 있는데, 엄마가 사촌오빠에게 하는 이야기가 다 들렸다. 엄마는 사촌오빠에게 수현이가 있는 자리에서, 우리 집에서 그런   이야기 다시는 하지 말라고 소리를질렀다. 그리고 외숙모에게 애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라고 싸우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누워있는데, 언니가 방에 들어와서 말해주었다. 할아버지가 사촌오빠를 지하실에 끌고 가서 죽도록 패주었다고, 언니가 직접   봤다고 했다. 그게 정확히 이 사건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삼촌은 외숙모와 이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