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의 놀이.

매일 다른 작업이 펼쳐지는 우리만의 놀이터.

by 어깨빌려주기

2024년 12월 9일의 기록.



오늘은 옆반 선생님께서,

더이상 쓰지 않는 폼폼과 보슬/까슬이, 리본 둥 환경을 꾸밀 수 있는 재료를 나누어 주셨다.

내가 일하는 교실은 꿈터를 리모델링한 아주 작은 교실이라

수납할 공간이 많지 않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놀이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 또한 항상 부족하다.

아이들은 현명하게도,

없으면 없는대로

그때그때 신기한 놀이들을 창조해낸다.

재료를 수납할 공간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옆반 선생님께서 주신 노란 마분지 가방을 열어보니

빨갛고 노란, 초록과 같은 색색의 리본들.

크고 작은 다양한 색깔의 폼폼.

반짝반짝한 크리스마스 트리용 기다란 끈들이 가득하다.

마치 선물상자 같다.


비닐에 담겨있던 폼폼을 노란 네모 바구니에 꺼내놓았다.

돌봄교실에 입실한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노란 바구니에 있는 알록달록하고 푹신한 놀잇감을 보자마자

궁금증을 텉어놓는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와! 이걸로 목걸이 만들 수 있어요?"


얼마전에 속이 다 터져 솜이 삐져나오는 거위 인형을 수술(...)하려고 반짇고리를 가져왔었는데

아! 하고 좋은 생각이 났다.

폼폼을 연결하여 아이들에게 키링과 목걸이 등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았다.

근데 내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시절 바늘을 처음 잡아본 것이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

내가 했었으면 아이들도 할 수 있지!

왜 안될까?

아무리 어려도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은 위험하고 찔리면 아프다는 것을 안다.

다치지 않을 정도로 찔려보고 다쳐보기도 해야

날카롭고 뾰족한 물건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한다.


하지만 바늘은 엄연히 뾰족한 물건이고

놀잇감으로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상의 주의를 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모자라지 않다.


우리는 즉석에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1. 바느질을 하고 싶은 친구는 당연히 해도 된다.

이 바늘이란 물건은 뾰족하기 때문에 바느질을 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바느질을 하는 것은 비상시 즉각적으로 대처를 할 수 있는 선생님 책상 옆

'진정하는 자리'에 와서 해야 한다.

2. 매듭은 바느질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선생님이 지어 준다.

친구들과 모여서 바느질하고 싶다고 아우성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바느질은 혼자 하는 작업이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건 지켜주면 좋겠네.

혼자 해 보고 매듭짓는 건 선생님이 해줄께. 좀 하다보면 너희가 스스로 매듭도 지을 수 있을 거야."

3. 바늘이 두 개밖에 없으니 희망자 순, 선착순으로 한번씩 한다.

똘똘한 2학년 여자 어린이 해솔이는 눈사람을 만든다며 사이즈가 다른 흰색 폼폼을 두 개 가지고 왔다.

입을 삐죽 내밀며 집중하는 모습이 어찌나 똘똘하고 귀여운지.

매듭을 지어주니 두 개의 폼폼을 연결하여 꽤 그럴듯한 눈사람을 만들었다.


보드랍고 선명해 손과 눈의 감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폼폼으로

내가 원하는 소품을 만드는 재미는 아주 상당하다.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예쁜 것들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새로운 놀이를 지어내는 아이들의 창의성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놀이를 만들어내고 너도나도 함께 하는 아름다운 어린이들.

그들의 놀이를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보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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