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어진 밤은 아니어서

by 어깨빌려주기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새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지혜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쁘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고, 남편과의 사이는 더없이 좋다.

어제 저녁에는 코스트코에서 사 온 피자와 머핀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기타 연주를 주고 받아, 우리부부는 공짜로 음악을 들었다. ㅎㅎ

요즘 막둥이가 학교에서 우쿨렐레를 배워오더니 기타에 관심을 가져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가지고 있는

통기타, 일렉기타, 클래식기타를 섭렵 중이다.

아직 4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섭게 집중하고 있다.


연주 플레이리스트는 먼지가 되어, 김광석의 노래들, 미룬이, 그리고 오아시스다.

우리 부부가 희망곡을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곡으로 띠리리링 마음껏 연주해 준다.
이 기쁘고 평화로운 저녁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 고양이 토니는 야옹야옹, 야아오옹—
자기를 조금 더 바라봐 달라고, 한 번 더 만져 달라고 보챈다.

거실 한편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반짝 빛난다.

더없이 바랄것 없이...평화롭고 따뜻하다.

이 아름답고 작은 소공동체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에 깊이 감사한다.


아이들은 내 몸을 통하여 세상에 나왔지만
결코 내가 아니다.
그들은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 성인이 되어 살아갈 세상에서
타인과 연결되어 도움을 주고받으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알면 된다.

몰라도 알아차리고 알아가면 된다.

장미꽃잎처럼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너라는 한 존재를 만들고,

민들레 홀씨처럼 홀홀히 퍼져 나가
절벽 위에서도
동굴 안에서도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우리라.


감사한 날들이다.


크리스마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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