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그리고 굿굿바이

by 어깨빌려주기

어제 아침에 오면서부터 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니

맑은 콧물이 멈추지 않고 기침이 계속 나서 마스크를 썼다.

퇴근 후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소파에 누웠다.

1호는 학원에 갔고 3호는 티비를 보고 있다가 퇴근한 나를 반겨주고 2호는 휴식이 필요한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몸이 아프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

코감기 몸살 목감기에 잘 듣는 종합감기약을 약을 두 알 먹고 누우니 좀 살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 매콤한 것이 땡겼다.

자타공인 라면전문가인 3호에게 부탁했다.

"3호야..엄마가 매콤한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은데..좀 끓여줄 수 있어?"

"당연하지! 근데 엄마 10분만 있다가 끓여줄께"

"응. 그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고마워어~~~"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나보다.

한숨이라도 좀 자니 여기저기 두드려맞은 듯 아픈 몸이 조금 나아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으로는 좀 부족한 듯 싶어 타이레놀을 두 알 추가로 복용했다.

한참 지나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던 2호도 나오고(엄마가 라면을 먹는 동안 마라탕을 시켰다고라... 10대들은 '마라 수혈'이라고 한다지?) 3호와 같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우리 3호는 2호에게

패션 조언을 듣는다.

"누나, 나 옷 잘 입고 싶어. 옷 잘 입는 법 좀 알려줘"

그 말에 2호는 3호를 방으로 불러 옷장을 개방한다.

이것저것 입어보는데 분홍색 자수가 선명한 츄리닝은 좀 아니다 싶다. ㅎㅎ

너무 여성여성하잖아? 아무리 요즘 중성이 대세라지만 라인이 완전 걸스힙합인데? ㅎㅎ

안그래도 남자치고 예쁜 얼굴에 호리호리한 3호가, 뒷모습만 보자면 완전 키큰 여중생이네.


"엄마, 나 옷도 잘 입고 싶은데 기타도 잘 치고 싶어"

리며 이미 마스터한 혁오의 위잉위잉은 이제 안 치고 무언가를 또 연습해서 연주한다.

이럴 때 누나들에게 보고 들은 것이 참 크구나..환경의 영향이란 이런 거라는 것을 느낀다.


1호는 해가 지도록 오지 않는다. 보통 9시 30분~10시 정도 되면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짧게 톡으로 남겨주는데 연락이 없다. 나는 빨리 자고 싶은데 언제쯤 오려나

톡을 보내려고 앱을 열어보았는데 이런! 이미 1호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오늘 밤샘을 한다고?

엥? 오늘 필을 받으셨는지?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학원에서 키우는 노묘가 오늘내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기타샘, 원장샘이랑 지켜보는데 밤샘을 하고 간다고...

에궁. ㅠㅠ

딸을 믿지만 이럴 때 걱정되기도 한다.

1호에게 새벽에라도 집에 온다면 연락하지 말고 카카오택시를 타도 좋다고 했다.




아이는 새벽 6시에 들어왔고

노묘는 아직 살아있다고 한다.

노묘가 오랜시간 잔병없이 건강히 살아온 만큼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에도 무탈히 건너가길 바랄 뿐이다..

생명은 유한하고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영생을 얻을 수는 없으니...

많은 학원의 집사들과 충분히 안녕하고 고양이별로 살포시 건너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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