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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렌치 Nov 11. 2023

만 4세에게 '스스로'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

프랑스 학교 이야기  


프랑스 유치원 학교의 2023년 새 학기가 시작한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프랑스의 새 학기 시작은 매년 9월 첫 주 평일이다. 


다니엘은 올해 9월 초, PS (Petite Section, 만 3~4세 아동만)에서 MS(Moyenne Section, 만 4~5세) 아동반으로 학년을 진급했다. 


프랑스 교육부 사이트에 의하면 프랑스 학교는 중학교 과정까지 총 Cycle 4로 나뉜다.

출처 : https://www.education.gouv.fr/l-ecole-maternelle-11534

프랑스 초중등 교육과정 Cycle1~4


다니엘이 다니는 유치원 학교(école maternelle)는 Cycle 1 과정으로 총 3년 과정이다.  


PS : Petite Section  만 3-4세 아동반

MS : Moyenne Section 만 4-5세 아동반 (현재 다니엘이 속한 학년) 

GS : Grande Section만 5-6세 아동반 



학급별 오리엔테이션 - 학부모 회의


올해도 작년과 같이 학급별 학부모 회의가 열렸다. 

이에 10월 중순 경 MS 반에서 다니엘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회의를 가졌다. 


프랑스는 이렇게 매년 매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교실의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모여 한 해의 학교 일정과 해당 학년의 학습목표, 윤리 생활, 단체생활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와 같은 다른 다 큰 어른인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앉는 조그마한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서 선생님을 앞에 두고 앉았다. 


정말 이 모습처럼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둘러싸고 조그만 아이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이들의 큰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다 큰 어른들이 올해 한 해 우리 아이들을 맡아주실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해주실까 하고 기대하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사뭇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니엘의 담임 선생님의 성함은 카린(Karine) 선생님이다.  

카린 선생님에 의하면 만 4~5세 아동반인 MS 반에서는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해내는 과정을 주로 배운다. 

교실에 도착하면서부터 이런 ‘스스로’ 학습은 시작된다. 


본인 이름이 있는 자리에 스스로 외투와 가방을 걸고, 턱받침도 스스로 바구니에 넣고, 엄마/아빠에게 뽀뽀로 인사를 한 후에 좋은 하루를 보내라며 인사를 한다.  


여기 프랑스 학교에서는 이 작은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스스로 커가는 연습을 시킨다.  

다니엘(DANIEL) 이름이 적힌 외투 걸이와 책가방걸이


MS 학년 활동 소개 

MS 한 학년 동안 아이들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활동을 할까?


연필 잡기 연습, 숫자 세기, 알파벳 읽고 쓰기, 자기 이름 읽기, 친구들 이름 읽기, 색칠하기, 오리기, 붙이기 등의 활동을 통한 학습을 한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오며 단체 활동을 하는 법도 배우며, 

매일 오전 récré (레크레) 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뛰어놀며 간단한 근육 발달 균형 발달과 같은 체육 시간을 갖는다.


비영리 기관 협회에 속한 예술, 체육, 환경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아이들의 교실에 찾아와서 각 테마별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참여하여 만든 예술작품은 도시의 거리를 알록달록 예쁘게 장식하기도 한다. 


매년 2번 재롱잔치(성탄절, 학년말)가 있으며 이때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을 하는 준비를 한다. 


뿐만 아니라 카린 선생은 다문화와 외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만 4~5세 아이들은 ‘안녕하세요’를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말하는 노래를 부른다. 

아니나 다를까, 카린 선생님은 다니엘에게 한국어로는 어떻게 인사를 하느냐고 물어보셨다고 했다. 

그렇게 다니엘 반 친구들은 벌써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다.


방학 때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책을 갖고 본인이 방학 동안에 했던 활동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기록한다. 

카린 선생님에 의하면 이 공책은 학교생활과 학교 바깥에서의 삶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반 학급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방학 동안에 했던 활동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매 방학 전 선생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활동한 결과물들 (그림, 작품 등)과 함께 아이들이 여러 방면에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평가지를 공유해 주신다. 

'스스로 할 수 있는가, 질문을 주도적으로 하는가, 공동체 생활을 잘 하는가, 기여하는가 등'을 평가한다.  

(나중에 위 공책 내용들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프랑스 학교는 벌써 이 아이들을 하나의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여 그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성을 갖고 행동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기여하는 것을 배우며, 다른 문화를 접하며 다양성에 익숙해도록 연습을 시킨다. 


만 4~5세부터 이렇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고 나니 왜 프랑스가 선진국 대열에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듯하였다. 

무엇보다 이 일 년 동안에 이 모든 것들을 진행하신다니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탄할 수 밖에 ! 


오늘날 프랑스에도 교권이 떨어진다, 교사 연봉 수준이 턱없이 낮다, 교육 불평등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니엘이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다니엘이 속한 반은 MS 반이지만 MS 학급은 3개가 있다.

이 세 반을 구분하는 방법은 숫자가 아니라 ‘선생님 이름’으로 반구분을 한다.

그렇기에 다니엘 학교의 MS 학급의 세 반은 카린 선생님 반, 제롬 선생님 반, 베아트리스 선생님 반으로 나뉜다. 


그렇게 선생님은 올 한 해 그 반의 주체가 되어 아이들을 맞이하고 학부모들을 맞이한다.

앞으로의 이 일 년 동안 다니엘이 카린 선생님 교실에서 또 어떤 성장을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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