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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렌치 Jul 03. 2023

바(Bar)에서 인턴을 구한 동급생

인맥/컨택으로 취업 철문 뚫기 

"정확한 통계수치는 아니지만,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취업 중 70%는 인맥/컨택을 통해서, 나머지 30%는 공식채용절차(채용공고)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2020년 프랑스 고용서비스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중 들은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몇십 개씩 이력서를 보냈던 것들이 사실은 다 허튼짓이었던 것이다.

토종 한국인인 나는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한다는 게 무척 낯간지럽고 어색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위 통계가 사실인지 정말 시험해 보기 위해 바로 실천을 했다. 


생가브리엘 학교 교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그렇게 첫 철문을 뚫었다. 

링크드인(Linked In)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에 내 프로필을 업데이트하였으며, 얼마 되지 않아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아 현재 일하는 곳에 채용되었다. 


정말이지 그렇게 힘들게 뚫고자 했던 취업 철문이 이렇게 사람-사람 간 컨택에 의해 열리는 경험을 했다.

정말 프랑스 노동시장에는 이러한 원칙이 암묵적으로 관습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날 SNS로 인해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도 나는 프랑스에서 인맥으로 인턴을 구한 경험이 있다. 


당시 파리에서 석사 2년 차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해당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분야의 인턴십을 구해야 했다. 정말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취업이었다. 

국제관계 관련 분야에 취업을 해야 했기에 국제기구, 다국적 기업, NGO 등 정말 다양한 기관에 내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당연히 소식은 없었고 나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정말 인턴십도 못 구하고 석사 과정도 수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운 생각에 한동안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같은 과에 있던 L이라는 동급생이 우리 과에서 가장 먼저 인턴을 구했다. 

나는 L에게 어떻게 인턴을 구할 수 있었는지를 물었고 L은 다음과 같이 인턴을 구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L은 금요일 저녁, 친구와 함께 당시 파리에서 제일 핫한 바에 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L의 옆에 앉은 사람과도 말이 트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L은 그 사람에게 자신이 인턴을 구하고 있다는 고충을 말하게 되었다.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이 일하는 기업에서 인턴을 채용할 의사가 있는데, 자기 명함을 줄 테니 여기에다가 당신의 이력서를 보내며 연락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L은 우리 과에서 가장 먼저 인턴십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L은 그 자리에 자기보다 더 뛰어난 이력서를 가진 다른 사람이 지원했음에도 L이 채용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지원서류(이력서)로 다른 지원자를 알기 전에 먼저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컨택으로 L을 알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말 그대로 어이가 없었다. 

나도 금요일 저녁에 바에 가야 하나? 정말 아무나 붙잡고 얘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을 정도로 당시 인턴을 구하는 게 절실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자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변호사님이 생각났다. 마침 그분이 내게 부탁하신 것이 있었다. 

사실 기회는 멀지 않은 곳, 바로 내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분에게 나를 인턴으로 채용하여 그 부탁하신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 역제안을 드렸다. 이 아이디어는 내 남편이 내게 알려준 것으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제때에 인턴십을 구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석사과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링크드인과 같은 직업 소셜 미디어는 발전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은 링크드인과 같이 내가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프랑스에서 취업하고자 하여 공식 채용 공고에 지원서만 넣고 답변이 오는 것을 기다린다면 아마도 영원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오늘은 10년 전 나의 L 동급생처럼 가장 핫한 바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 인연을 바로 내 코 앞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 철문은 그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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