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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n 24. 2022

영어 하기 싫어

영어 하기 싫다고

나는 영어를 못한다.


남들 영어 공부할 때 하기 싫은 영어 억지로 공부했던 게 영어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렇다고 영어 성적이 바닥을 기진 않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얼추 잘 따라 부르고 다녔던 영어 노래, 중학생 때 꽤나 높았던 영어 성적, 평균은 맞추려고 노력했던 고등학교. 정작 영어를 아예 놔버린 건 고삼, 수능 직전이었다. 


만약 중학생 때 높았던 영어 성적으로 계속 밀고 갔다면 나아졌을 테지만 중학생 때 공부했던 방식은 이해가 아닌 암기였다. 원래 언어 배우는 건 암기가 필수로 들어가긴 하지만 암기를 포함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암기했다. 시험 범위에 나온 지문을 시험 전날까지 달달 외웠다. 눈을 감고 책을 덮고도 지문의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외웠다. 그래서 빈칸 시험문제가 나와도 질문에 해당하는 답변에 대한 문제도 외운 상태로 시험을 봤으니까 성적이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지문을 이해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 지문에 나온 단어에 대한 뜻도 왜 해당 전치사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잘 나오고 있는 성적에 외우기도 힘든데 이해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런 공부방법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무너졌다. 고등학교 영어 시험은 외울 수 없을 정도의 지문 길이였고 외울 범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진짜 의미를 알아야 하는 독해능력이 필요했고 듣고 나서 이해할 수 있는 듣기 능력이 필요했다. 그런 능력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서서히 영어를 놓기 시작했다. 적당한 성적으로 영어 성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학을 찾았다.


적당한 수도권의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하면서 영어 성적을 보지 않고 입학했다는 안도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영어에 부딪혀야 했다. 모든 학과생은 전공을 제외한 교양 과목을 필수로 수강해야 했고 그 필수 교양 중 하나는 영어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원어민 선생님이 지나가면 눈부터 깔고 영어 수업 시간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대학에서는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원어민과 회화를 해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했다. 다행히 대학 교양 수업에서의 원어민 교수님은 한국어를 잘하는 분이셨고 내 눈물 나는 영어 실력에 많은 도움을 주시며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이후로도 영어는 내 인생에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담당 교수님과의 작품 진행 현황 보고를 영어로 해야 했고 졸업을 한 이후에는 취업에 따라오는 토익과 오픽 등의 영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면서 줄기차게 영어 학원, 회화 학원, 토익 학원, 토익 스피킹 학원뿐만 아니라 영어와 관련된 책을 구매하고 영어 관련 인터넷 강의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어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물론 앞에서 강사가 아무리 나에게 영어에 대해 주입을 해도 내가 공부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떠한 과목이라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괜한 보상심리에 나아지지 않는 영어 실력을 보면서 나와 영어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려버렸다.


하지만 나 스스로의 포기와 다르게 여전히 지금도 영어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현재도 영어를 싫어하고 못한다.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N년째 하고 있는 중이지만 막상 영어가 눈앞에 보이면 번역기를 돌리지 못해 숨이 턱 막힌다. 그럼에도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또 변함이 없다. 그리고 또 영어공부에 돈을 쓸 예정이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토익 시험을 볼 예정이다. 어차피 28년 동안 죽어라 피해 다녔는데도 어쩔 수 없이 또 볼 사이면 그냥 애증 하면서 안고 가야지 뭐 어쩌겠어. 


믿지 못하겠지만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쓴 글이다. 오늘부터 영어 공부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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