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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n 27. 2022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찾아와요

착한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해하기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금정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신용산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방금 막 계단을 내려오신 할아버지가 내쪽으로 오시면서 물으셨다.


할아버지 : 이거 몇 호선이 오는 거지?

나 : 4호선이에요!

할아버지 : 1, 4호선 같이 오는 거 아닌가?

나 : 아뇨! 4호선만 와요! 어디 가세요?

할아버지 : 안양에 가야 되는데

나 : 그럼 저랑 같이 가요! 여기 말고 용산역으로 가셔야 돼요!


신용산이랑 용산을 헷갈리셨나 보다. 계산을 다시 오르시면서 여기가 용산역이 아니구나를 몇 번이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셨다. 용산역으로 가는 출구로 나가면서 왜 용산에 오셨는지, 왜 안양에 가시는지를 묻고 친구를 만나러 오셨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시작으로 본인의 일대기를 말하기 시작하셨다. 용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할아버지는 현재 용산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에 대해 지하철이 오기 직전까지 말씀하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앉을자리를 찾아 지하철 칸을 이동하면서도 새로운 주제들이 계속 나왔다. 자리에 앉으셔서도 노약자석 옆자리에 앉기를 권하시는 걸 앞에 서있겠다고 말하며 자녀분의 주제로 넘어간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예전에 같이 일을 했던 친구가 서있었다. 거진 3년 만에 만난 친구를 서로 누가 먼저랄 거 없이 끌어안고 반갑다며 방방 뛰었다. 본의 아니게 뒷전에 남겨진 할아버지도 간간히 서로의 관계라던지 얼마나 만났는지 어디로 가고 있었냐 등을 질문하면서 대화에 참여하다가 안양에 도착해 내리셨다. 아, 다행히 친구의 목적지도 금정역이었다. 그래서 금정역에 내리기 전까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끊이질 않고 얘기했다. 3년 전에는 매일같이 보면서 떠들었는데 서로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사는 곳이 달라 만나지도 못했던 게 아쉬웠다. 금정역에 금방 도착해 헤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우연인 게 많아서 돌아오는 길에 남자 친구한테 전화해 오늘 있던 일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착한 일을 한 나를 칭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늘 할아버지와 함께 신용산역에서 용산역으로 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앉을자리를 찾아 지하철 칸을 옮겨 다니지 않았다면, 오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일이 생겼을까. 그냥 진짜 할아버지 말마따나 착한 일을 해서 좋은 일이 덩달아 생겼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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