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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01. 2022

뚜벅이들의 제주 여행기

어떻게든 제주도를 여행하겠다는 의지

2016년 6월. 졸업 학년을 앞둔 대학교 3학년이었던 네 명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매일 같이 나가는 술값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돈은 없는 그들이었기에 여행다운 여행을 위해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제주도였다.


(인물 사진을 삭제하다 보니 사진이 별로 없음 주의. 기억 잘 안 남 주의.)


일단 가장 전성기의 먹성을 자랑했던 그들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푸짐하게 먹고 출발했다. 여기는 김포공항 푸드코트였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비행기 탄다고 일인 일 메뉴 참은 거 보면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것 같다.


배도 부르고 든든하게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 가는 비행기 기다리기.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탄 진에어도 꽤나 여유롭였다고 느껴졌는데 왜 지금 대한항공으로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타면 좁다고 느껴지는 걸까. 


제주도를 도착하자마자 붐비는 인파를 뚫고 곧바로 리무진 버스를 탔다. 우리의 목적지는 공항과 완전 반대편인 제주 남단이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를 이용했다. 면허라고는 비싼 민증으로 들고 다니는 우리에게 제주도에서 렌트란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깐 하는 얘기지만 최근에 이 여행에 대해 그때 멤버들과 다시 얘기가 나왔었다. 이제 이 네 명 중 운전이 가능한 사람은 세명. 이제 우리도 차를 타고 제주를 누빌 수 있다는 희망찬 얘기가 나와서 언제 또 이 멤버들과 제주도를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숙소였던 후스트 리 게스트하우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였고 네 명이서 한 방에 묵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정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가 밤에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또 금세 나왔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깨끗하고 조용한 숙소였다. 이 당시에 숙소에 묵었던 사람도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앞에 괜히 하나 있던 돌하르방만 잘 만지고 다녔음.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이랑 제주 감귤 아이스크림이었던 거 같다. 아마 제주도에서 무조건 먹어봐야 하는 아이스크림이라고 듣기도 했지만 그냥 덥고 맛있어 보여서 먹었음. 개인적으로 제주 감귤 아이스크림보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더 선호했다.


사진을 보다 보니 느낀 건데 어떻게 대학생 네 명이서 제주도 간 여행 사진이 수학여행과 다름이 없을까. 약간 고등학생 모범생이었던 애들이 어디 제주도 탐사 다녀온 거 마냥 다녀온 게 너무 웃기다. 하여튼 주상절리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다녔다. 그리고 주상절리대는 고2 수학여행 때도 갔던 곳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 근데 그때 너무 즐거웠다는 거.


그래도 이제 성인이라고 흑돼지 삼겹살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건 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흑돼지 삼겹살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열심히 검색해 그다음 갈 천지연 폭포와 가까운 곳으로 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여기도 나름 유명한 맛집이라고 웨이팅을 할까 택시로 달려갔다. 아, 저 톡 쏘는 제주 감귤 막걸리는 달달한 탄산음료 맛이었다. 밤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달달했지만 탄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두병 정도만 네 명이서 마시고 이후에는 안 시켜먹었다. 흑돼지 삼겹살은 어쨌든 맛있었지만 두꺼운 삼겹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그 가격에 시켜먹지는 않을 거 같다. 


돌아온 수학여행 2탄. 천지연 폭포다. 부른 배를 안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연인들도 많이 온 듯했다. 사진이 흔들린 건 사진사가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해가 떨어져 어둑해진 밤에 폭포는 다행히 수학여행 때 본 분위기와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돌아올 때 택시 안 잡혀서 주차장에서 20분 서있었음.


그리고 알 게 된 거지만 제주도에서 택시는 종류가 다양하다. 대놓고 모범택시 같아서 안 타려는데 일반 택시라고 해서 놀랐다. 그냥 기사님이 본인 편한 차로 택시 일을 하는 거라고 했다. 어메이징 제주.


멀리 있어서 올리는 거지만. 이제 와서 말하자면 우리가 제주도에 있던 2박 3일 동안 비가 굉장히 많이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차 없이 걸어 다니는 뚜벅이 었고 짐도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저렇게 우비와 우산을 동시에 하고 다녔다. 저러고 버스 타고 다님. 제주도에서 마을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꽤나 시골 분위기의 길로 다녔고 할머니들이 많이 타시고 내렸다. 우리만 너무 대놓고 이방인이었음.


왜 위치가 주차장 밖에 안 뜨지.

수학여행 3탄.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었는데 사실 여기 박물관은 꽤 재밌었다. 원래 박물관 다니는 걸 좋아하고 뭘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볼거리 많은 즐거운 관광지였다. 그래서 사실 다음에 가면 또 가고 싶은 곳이긴 함.


아마 중문 시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어딜 가든 일단 시장은 꼭 들러야 하기 때문에 간 곳이다. 여기서 이것저것 사 먹을 생각이 있긴 했지만 끌리는 게 많이 없었고 감귤 주스 하나 사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집으로 다시 가져갈 감귤 초콜릿을 많이 샀다. 근데 개인적으로 크런치 존맛.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던 아쿠아 플래닛. 사진에서 날씨가 너무 좋아 보여서 억울하지만 여기 오기 전에 작은 사건이 있었다. 두 번째 숙소에서 이곳에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나왔는데 비가 폭우처럼 내렸다. 그래서 우비와 우산을 들고 카카오 택시를 계속 요청했지만 단 한 대도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그때 한대가 잡혀 극적으로 탈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나서 기사님께서 원래는 취소하려다가 잘못 눌러 왔다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왜냐고 물었는데 도착했다.


두 번째 숙소에서 아쿠아 플래닛까지 택시로 단 2-3분 거리. 걸어서 10분 거리였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잘 보이지 않은 탓도 있었고 그냥 우리가 걷기 싫어서 안 보였던 걸 수도 있었을 거 같다. 아무튼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고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사진도 제일 많이 찍은 뒤에 나온 바깥은 비가 하나도 오지 않는 쾌청한 하늘 그 자체였다.


이런 거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나이 스물둘. 어느 관광지이든 꼭 가야겠냐파와 꼭 가야 한다 파가 나뉘기 마련이지만 절대 파가 나뉘지 않고 만장일치로 가자고 한 곳이 있다. 바로 제주 러브랜드. 한창 사랑과 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였기 때문에 이곳은 곧 그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좋은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내부 건축물에 대해 사진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인물 사진이 가득하기에) 그곳에서 파는 관광 식품은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사진은 '그' 빵이 맞다.


제주도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고기국수. 고기국수를 먹기 위해 유명한 맛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았는데 식당 이름을 들은 기사님은 그 집은 웨이팅만 있고 맛은 없는데 왜 가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맛있는 고기국수 식당이 있다고 하시면서 택시 기사님이 아는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식당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님의 말대로 정말 맛있고 후회하지 않을 곳이라는 건 기억한다. 제발 식당 기억해서 또 가고 싶다.


제주도 2박 3일. 차가 아닌 뚜벅이로 버스와 택시를 타고 다니며 제주도 남쪽에서 동쪽으로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 올라는 동안 더 많은 곳을 가지 못해 아쉬웠다. 이 여행을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우리 입으로 나오게 되면서 또 제주도에 놀러 가자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많은 곳에 추억을 쌓으러 가고 싶다. 이제는 렌트한 차로 우당탕탕 제주 여행을 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이제 모두 직장인. 두려움 없이 돈을 쓸 수 있다.


이건 아마 제주공항에서 먹은 빙수 같은데. 정말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먹성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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