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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13. 2022

감정과 이성 사이의 결혼 준비

수만 가지의 선택지

나는 최근에 웨딩 DVD 업체에 계약금을 입금했다. 20만 원부터 80만 원, 100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대 중에 적당한 곳을 골라 상담을 받고 곧바로 예식날에 예약을 걸어둔 뒤 계약금을 송금했다. 사실 고민을 며칠 동안 했었는데 비교를 하다가도 새로운 업체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이대로는 아무 데도 계약하지 못할 거 같아 적당히 괜찮은 곳을 골라 더 이상 다른 곳과 비교를 하지 않겠다 다짐한 뒤 계약해 버리게 된 것이다.


결혼 준비를 하기 이전까지 나는 웨딩홀과 스드메만 결정하게 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단순하게 한 두 가지만 결정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 게 되었다. 최근에 남자 친구와 결혼 체크리스트와 예산 준비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꼭 필요한 것과 필수는 아니지만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줄이되 힘을 쓰고 싶은 항목에는 좀 더 투자하자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꽤나 큰 금액이 예상됐다. 남들이 하는 만큼을 따라가기에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요즘 들어 이 정도는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남는 게 사진인데 사진 촬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

동영상은 사진보다 더 자주 볼 수도 있는데 좀 더 좋은 곳으로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좀 더 베테랑인 사회자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등등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은 일생의 좋은 추억인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라는 생각과 그래도 결혼식을 올리는 게 끝도 아니고 앞으로 쓸 돈이 더 많을 텐데 이것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싸운다. 


사실 아직 플래너 계약이 남아있다. 내 걱정들이 플래너를 통해 조금 해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 친구도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다만 신부 위주로 굴러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자 친구도 스튜디오를 제외한 본인 혼자 결정할 만한 게 있을까 싶다. 그래서 결혼 준비는 여자가 머리 아픈 일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굉장히 예민한 상태이다. 좋은 날을 준비하는 건데 좋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지만 내 성격상 참 힘든 일이라 고민이 깊어진다. 아무튼 앞으로 더 많이 생길 더 넓은 폭으로 번질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미래의 나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저 피곤하다겠지만 그때는 피곤한 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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