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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04. 2022

드디어 웨딩홀 계약했다!

다른 값이어도 다홍치마

일전에 웨딩홀 상담을 받으러 갔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웨딩홀에 대해서도 남자 친구와 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당시 웨딩홀 위치와 조금 떨어진 지역의 웨딩홀에서 두 번째 상담을 신청했다.


두 번째 웨딩홀 상담을 잡기 이전에 나는 우리 집을 기준으로 주변 웨딩홀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비교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해 폐업한 곳도 많았으며 남아 있는 곳들 중에서도 나와 내 남자 친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들을 모두 충족하는 웨딩홀이 없었다. 선택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를 나열하자면


1. 교통이 혼잡 또는 주차시설 부족

- 교통이 혼잡해서 차로 오기 복잡하다던지 막상 차를 가지고 왔는데 주차할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와야 하는 구조는 패스했다. 자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지역이 유동인구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감안했다.


2. 한상차림

- 물론 한상차림을 더 선호하고 음식이 맛있다면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나는 결혼식에서는 뷔페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뷔페가 아닌 한상차림으로 연회 메뉴가 구성된 곳은 제외시켰다.


3. 야외 웨딩홀 콘셉트

- 나는 어두운 분위기의 채플 콘셉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야외 웨딩홀만 있는 곳 또는 야외 웨딩 콘셉트의 캐주얼한 웨딩홀은 제외했다. 물론 이 점도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웨딩홀은 야외 웨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을 웨딩홀이긴 하다.


4. 단독홀이 아님

- 원래 이 점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지만 상담을 다녀본 결과 단독홀에 대한 장점이 너무 뚜렷하게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단독홀인 웨딩홀을 하자로 마음먹게 되었다. 


위 사항을 모두 만족시키는 웨딩홀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다 참여 중인 결혼 준비 오픈 채팅방에 얘기를 하게 되었고 다들 입을 모아 추천을 해준 웨딩홀이 나왔다. 이미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지역과 조금 달랐기에 잠시 눈밖에 나있었던 웨딩홀이었다. 


해당 웨딩홀에 대한 상담을 잡고 나서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상담을 앞두고 계속해서 이 웨딩홀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내가 원하고 남자 친구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만 금액은 예상 금액을 초과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예산을 정하진 않았지만 첫 번째 상담을 받았던 웨딩홀을 기준으로 위아래 오차범위를 생각했고 나름 여유 있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예상 예산을 조금 벗어나는 곳이었다.


물가 반영으로 인해 매분 기마다 높아지는 식대도 한몫했지만 어찌 됐든 근방의 웨딩홀을 종합했을 때 작게는 100-200만 원 크게는 300만 원 정도 차이나는 금액이었다. 먼저 상담을 받아보고 걱정하자고 하는 남자 친구의 말에도 이미 수많은 정보를 통해 여기에 당장 계약을 하고 싶은 마음과 적당히 눈을 낮추고 다른 곳에 돈을 투자할까 하는 마음이 매시간 충돌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토요일. 상담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자 친구 차로 이동해 도착한 곳은 고층 건물이었다. 여기서 웨딩홀은 두층을 사용하는데 건물 내 주차장이 지하 4층까지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더군다나 웨딩홀을 주로 하는 주말에는 다른 층의 사무실은 근무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주차장은 상당히 여유로웠다. 주차를 마치고 상담 예약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도 깔끔했는데 이후 상담에서 건물에 총 8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동에 혼잡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상담 시간 20분 이르게 도착해서인지 이미 상담실은 빈 곳 없이 모두 차있어 우리를 담당하는 직원분은 우선 진행 중인 홀로 안내했다. 이미 식 진행은 모두 마친 상태였고 사진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불이 켜져 있어 사진상으로 보던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신부가 나오는 곳도 막혀있었고 층고가 높아서 더 넓어 보인다. 200석이 넘는 의자가 있고 그 사이도 넓어 하객들의 이동에 어려움이 없겠다.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이후 로비, 신부대기실, 혼주 대기실, 폐백실 등을 보여준 뒤 연회장을 이동했다. 연회장은 바로 아래층이었는데 계단이 아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그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가면서 이미 음식이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지만 토요일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넓은 연회장의 모습에 살짝 넋을 잃었다. 그런 내 모습을 봐서인지 직원분은 연회 메뉴가 있는 곳을 크게 돌면서 구체적으로 메뉴에 대해 소개했다. 연회장에서 나와 다시 상담실로 돌아갔다. 막상 좋은 모습을 다 본 뒤에 상담을 진행하려고 하니 금액대가 다시금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이미 너무나 마음에 들어버린 상황에서 현실적인 얘기로 돌아와 버리니 살짝 심란했다.


처음 보여준 금액 표는 상상을 초월하게 높은 금액이었다. 머릿속의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겼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백이 높은 금액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는데 직원분은 바로 펜을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웨딩홀 상담이 원래 다 그런 건지 앞에서는 할인되지 않은 정가를 부풀려 적어놓고 막상 상담을 들어가면 이것저것 서비스를 말하며 (물론 예식을 함에 있어 서비스가 아닌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것들 위주지만) 처음 말한 금액보다 몇백이 저렴해진 금액을 소개한다. 어찌 됐든 결론은 우리가 알아본 첫 번째 상담 견적가보다 조금 더 높아진 금액이었지만 예상했던 범위였기에 안심했다. 그리고 정말 다행인 건 날짜보다 시간대가 더 우선이었던 우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가 조금 있었고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 예식으로 인해 조금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변한 건 9월로 예정했던 식을 10월로 한 달 정도 미뤘다는 점.


계약금을 입금하고 조금 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아직 스드메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한 게 없기 때문에 미정으로 이후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웨딩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스드메가 있긴 하지만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알아본 게 없던 것도 한몫해서 천천히 알아보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여담으로 아까 홀을 보여줬을 때 이미 예식이 끝난 후여서 아쉬웠던 나는 직원분께 다음 타임 예식이 언제인지를 물어봤고 직원분은 상담이 끝나고 다음 타임 예식의 신부 입장까지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달림. 달려달려. 다시 들어온 홀은 아까 본 분위기와 너무 달랐다. 불이 꺼지고 조명이 켜진 채 주인공들에게만 비치는 조명이 들어오면서 내가 본 영상과 사진의 분위기가 연출이 되어있었다.


이전에 남자 친구가 본인 여동생한테 들은 얘기라고 했는데 웨딩홀 여러 군데를 보다 보면 아무리 옆에서 예쁘다고 해도 본인 눈에 안 예쁠 수 있고 옆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본인 눈에 너무 예뻐서 선택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약간 여기가 내가 결혼할 장소구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식이 진행되면서 신부가 입장하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 벌지 뭐.


신부 입장까지 보고 맞절을 하기 전에 나와 다시 상담실로 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진행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를 받은 뒤 아직 예식까지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정하지 않은 리스트에서 대해서는 추후 연락을 드리도록 하고 상담실을 나왔다. 다시 주차장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친구가 갑자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라는 말을 해 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멜로디. 


축가가 끝이나 버릴까 부리나케 다시 식장 쪽으로 달려갔다. 들어가지는 않고 열린 문 앞에서 축가를 들었다. 남자 친구는 싱글벙글해서 내 말이 맞지 않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신랑분은 신부님 앞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김동률의 감사를.


주차장에 내려와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 의기양양한 남자 친구의 얼굴에 어이가 없었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가장 급하고 가장 큰 과제였던 웨딩홀을 계약하고 나니 과제를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 친구는 계약금을 지불하고 난 후부터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한다. 이제 막 한 걸음. 아직 준비할 게 산더미이고 선택할 게 수없이 많지만 당장은, 당분간은 잠시 쉬어도 되기 때문에 상견례 전까지 쉬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상견례 예약을 위한 중식당으로 정했다.


아래는 우리가 이 웨딩홀을 선택했던 이유들이다.


1. 쾌적한 교통, 넓은 주차장 (+지하철역과 인접)

2. 넓은 연회장, 다양한 연회 메뉴

3. 단독홀

4. 많은 엘리베이터 개수와 에스컬레이터

5. 넓은 혼주 대기실

6. 은하수홀 (홀이 지금까지 상담받고 알아본 예식장 중에 가장 예뻤다.)


그리고 사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1. 짧은 예식 시간 (70분으로 명시되어있지만 실질적으로는 60분 남짓이라고 한다.)

2. 자체 홀 패키지 (사실 단점은 아니지만 종류가 더 많고 샘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3. 높은 금액 (장점으로 커버가 되는 정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4. 적은 제휴업체 (예복, 한복 등의 제휴업체가 없어 직접 워크인으로 해야 한다는 단점)

5. 빈약한 플라워 샤워 (기계로 내려오는 플라워 샤워라고 하는데 실제로 봤을 때 꽃잎이 너무 빈약해 정말 사진상으로는 잘 나오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뭐 서비스라니깐.)

6. 스냅사진 필수 (금액 선정에 필수로 들어가 있어 강제로 금액이 측정되는 거 같은데 사실 사진이 중요하지 않아서 엄청 큰 단점은 아니었다. 단지 스냅이 아니라 dvd 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


이 밖에도 자잘하게 좋은 것과 자잘하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사실 모든 걸 다 충족할 수 있는 예식장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지금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다. 날짜도 시간도 금액도 내 생각에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결정되어 기분이 좋다. 남자 친구도 상담 전에는 금액대를 부담스러워했지만 막상 직접 상담을 받은 이후에는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제 식까지 500일도 남지 않았다. 결혼 준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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