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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28. 2022

좀비 속에서 아기 구하기

꿈에서 영화 찍기

나는 꿈을 자주 꾸지는 않지만 한 번 꾸는 꿈은 조금 생생하게 꾸는 편이다.

오늘 꽤나 생생한 꿈을 꾸고 눈을 떴는데, 그 꿈의 내용이 눈을 뜬 이후에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잊지 않기 위해 급하게 노트북을 열고 내용을 적었다. 그리고 이제 중구난방 하게 적힌 꿈 내용을 정리해 풀어쓰려고 한다.


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었던 남자 A와 B 그리고 여자 C가 있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호출에 선생님이 계시는 방 안에 모이게 되었다. 선생님은 여자였고 정확하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굉장히 차분한 느낌을 풍겼다.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가 다 모인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보건 선생님이 자신에게 특별한 물건을 주었다고. 그 물건은 어떤 버튼이었다. 빨갛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버튼이었고 선생님은 그것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버튼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말했다. 도와달라고. 도와달라는 말 뒤로 선생님은 자신의 아이를 구해달라고 말했다. 그 당시 선생님의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고 선생님은 아이를 일찍 여읜 채 하루하루를 눈물 속에 살아왔다. 그러다 보건 선생님이 건넨 버튼을 받고 우리에게 아기를 구해달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우리는 알겠다고 했고 선생님은 밝게 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 우리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에 눈을 떴다. 열림 버튼이 있었고 A가 열림 버튼을 누르자마자 눈앞에 좀비들이 바글대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좀비 사이에서 아기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아기가 있을 법한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금세 좀비에게 물어 뜯기는 상황이 발생했고 좀비에게 물리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처음 그 방에서 눈을 떴다.


처음 겪는 낯선 상황이었지만 모두 알 수 있었다. 좀비에게 물리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고 아기를 구할 수 있는 이 상황은 저 버튼만 누르면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한 번 만이라며 부탁했고 우리는 몇 번이고 이 상황을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좀비를 피해 선생님은 아기를 안을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타서 올라가는 것으로 우리는 해내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는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뒤 선생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선생님은 보고 싶다는 말로 우리에게 연락을 했다고 하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년 뒤 같은 공간에 모이게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몇 년 전과 같이 아기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했지만 선생님은 자신의 아기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버튼을 눌렀다.


우리는 또다시 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반복해 도전해도 좀비를 피해 아기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반복했지만 우리는 성공하지 못한 채로 지쳐만 갔다. 그러다 선생님과 다른 공간에서 좀비에게 물려 정신을 잃은 나는 처음과 다른 공간에서 깨어난 걸 깨달았다. 선생님과 다른 공간에서 좀비에게 물리면 처음과 다른 공간에서 눈을 뜨게 되고 선생님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나는 그 상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친구들을 구하기에 나섰다. 좀비에게 물리되 선생님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달렸다. 이제 좀비를 피하는 게 아닌 선생님을 피하는 게임에 놓이게 된 것이다. 파이리(왜 파이리가 됐는지 모르겠지만)가 된 채로 쓰러져 가는 친구를 구하는 걸 마지막으로 모든 친구들이 선생님을 피해 달아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없어져도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밀폐된 엘리베이터에 셜록과 왓슨이 있는 와중에 버튼을 눌러 그들과도 아기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은 좀처럼 되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포기했다는 걸 알 게 된 후 우리는 평소처럼 살아갔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이번에는 보건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버튼에 대해 얘기해준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 버튼에 대해 듣고 싶었기에 각자의 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건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 버스를 타고 있는 나에게 C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쳤고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방금 뜬 기사였다.


기사 제목은 이러했다. '보건 선생님을 죽인 남자 A 현장에서 붙잡혀..' 


어찌 된 일인지 보건 선생님은 좀비로 변해 있었고 제일 먼저 도착한 A가 그 자리에서 달려드는 보건 선생님을 죽인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점으로 나와 통화하는 상태로 전환됐다. 


??? : 선생님이랑 아이는 잘 계시나?

나 : 아니요. 선생님의 아이는 어릴 적 죽었잖아요.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은 누군가는 황급히 나와의 통화를 끊고 자신의 서류철을 열었다. 거기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선생님과 양쪽에 웃으며 서있는 우리가 찍힌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내 휴대폰에 다시 전화가 오면서 나는 꿈에서 깼다.


그 전화는 남자 친구의 모닝콜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생생한 좀비 꿈을 꾸게 되어서 잠에서 깬 상태에서도 멍했다. 급하게 꿈 일기를 어딘가에 적어놨지만 여전히 그 대충 쓴 꿈 일기를 보지 않아도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다. 생각해보면 최근에 '창궐'이라는 영화를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각적인 자극이 이래서 무섭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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