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저는 집에 있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나에게 요일은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졌고, 집에 남편이 있으면 주말, 없으면 평일, 그 정도만 알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다양한 카페를 다니고 있다. 카페로 가게 되면 매일 들고 다니는 [크라임 퍼즐]을 풀고 있고, 북카페를 가게 되면 제목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렵지 않아 보이는 책 하나를 들고 완독 한 뒤 집에 오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때 먹는 달달한 디저트에 우유 든 라떼를 먹고 있으면, 왜 살이 안 빠지는지 알만하다 싶기도 하다. 저녁에 두부를 먹으면 뭐 해, 카페만 가면 치즈 케이크니 크림 든 카스테라니, 달달한 디저트를 입에 달고 있는데...
그리고 또, 키보드를 새로 샀다. 피아노부터 시작해서 요리책에, 키보드까지. 적당한 공허함을 뭔 갈 사고 하는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눈 떠서 가만히 누워 휴대폰 하는 날도 있고, 대충 패딩 걸쳐 입고 멀리 나가 소품샵 하나 구경하다가 평소였으면 가격 보고 뒤돌아 나올 물건도 하나 둘 사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살은 계속 찌고 있다. 먹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집에서 나가질 않으면 하루에 100 보도 걷지 않고 그저 앉아 있거나 누워만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물만 마셔야 안 찌겠다 싶은 활동량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주에 3번 정도 겨우 나가는 헬스장에서 30분 동안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한다. 물론 가기 직전까지 가기 싫은 거 남편이 팔 잡고 끌어당겨야 겨우 나가긴 하지만.
여전히 조급하다. 취업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임신이 늦춰지는 것도 걱정이고, 임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러다 취업이 늦어져 이대로 경력이 단절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도 든다.
평생 직업은 없다 해도 결국 하던 직종 경력 자체도 짧기 때문에, 그리고 내 나이는 이미 서른을 넘어 초기 노산의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에, 주변 사람 아무도 나에게 재촉하지 않지만 혼자 조급해지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초연해지기도 한다. 또, 그러다 공허해지면 아무 생각하지 않기 위해 게임과 쇼츠에 눈을 돌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갈 때도 있다. 글만 보면 우울해 보이는 거 같긴 한데, 사실 우울하진 않다. 생각보다 집에 할 일은 많고, 주변에는 갈 데가 많기 때문에.
키보드 산 기념으로 이런저런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에 들렀는데, 왜 마지막은 우울한 뉘앙스의 글이 되어가는지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정말 요즘에는 뭐가 먼저 결정되든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사실, 어제 알바몬도 가입했다. 취업이 되면, 여름 이후로 임신을 준비하면 되고 임신이 되면, 학원 보조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지금 하던 일은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아무튼, 백수 된 지 이제 두 달 반 정도 되었는데, 생각보다 짧게 끝날 거 같던 백수 생활은 좀 더 이어질 거 같다. 이렇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