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했는데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회사를 나가지 않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나의 일상은 단 이틀 만에 바뀌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전조는 6개월 전부터였긴 했다.
6개월 전 대표는 모든 직원을 한 장소로 불러 모아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구구절절 머리 숙여 설명하는 모습은 내용을 굳이 듣지 않아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해내기 위해서 어떤 방향을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아도 방향성을 제시했고 그 방향성을 함께 나아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사직원의 월급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도 설명에 포함되었다.
그 통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사 회의는 마무리되었지만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각자의 방법으로 뜨끈해진 머리를 식히는 동안 인사팀은 분주하게 흑자 전환 시까지 월급을 삭감하겠다는 동의서를 받기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 잘 되자고 하는 거니까'라는 합리화 속에 서명을 했다.
아마 그때부터 발 빠르게 인력감축이 시작된 거 같다. 우리와 가장 관련이 없어 소식이 가장 늦게 도착되는 팀의 인원 감축부터 서서히 우리에게도 가까워져 왔던 거 같다.
처음 공지했던 약속의 3개월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는 어느새 감소된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걸 익숙해했고 그 덕에 (?) 하게 된 단축 근무도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대로 내년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사실 정말 평소와 다를 거 없던 월요일이었다. 익숙하게 적게 들어온 월급을 정리했고 점심을 먹고 팀장님이 개인적으로 부른 회의실에서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당황스러웠지만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는 팀장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짧은 시간 동안 미안하다-괜찮다는 말만 오갔다.
자리로 돌아와서 곧장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퇴근하고 데리러 오겠다는 남편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간 친하게 지냈던 여자 직원 한 명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잡히지 않는 일거리를 제쳐두었다. 그 직원은 그동안 내가 듣지 못했던 타 팀의 권고사직으로 인해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 회사는 조용히 몸집을 줄여나갔다.
억울한 건가. 아니면 오히려 남들 나갈 때 동아줄 붙잡고 못 나갈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되어서 다행인 건가. 모두 퇴근한 시간 남편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자리에 있는 모든 개인 물품을 챙겼다. 당장 다음날 출근을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비어지는 사무실 책상에 지금까지 실감 나지 않던 퇴사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텅 비어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술을 마신 거 같은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늦은 출근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차가 몇 개 남았었지, 하던 일은 내일까지 마무리할 수 있나, 하던 일 마무리를 못 하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지, 한 달 전에 농협 같이 가자는 언니 말을 들을 걸 그랬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회사 사정이 나아졌다는 얘기 들었을 때 진심으로 좋아하지 말 걸.
다음 날이 되었다. 다섯 시가 되자 기다렸던 인사팀의 연락이 아닌 전략기획실의 이사에게 연락이 왔다. 다른 층의 회의실로 오라는 말에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탔고 통유리로 된 희의 실을 등지며 앉았다. 누가 봐도 '해고당한 사람입니다.' 유리 밖 직원들에게 광고하는 꼴에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우선, 이라며 말을 꺼낸 이사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이어서 6개월 전 대표가 말했듯이 회사의 사정에 대해 간략이 설명했다. 몇 년간 얼마의 적자, 사실상 내가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다. 연차수당, 실업급여, 퇴직금 등등 물을 말이 많았는데 인사팀은 연차로 공석이었고 출근하지 않는 다음날 SNS를 통해 정리하여 통보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당황스러움에 어버버 하는 나를 두고 출근하고 싶으면 출근하라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출근하면 남들 얼굴 보기 불편하지 않냐는 말에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원래 해고는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에 수고했다는 이사의 말에 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리를 어제 하길 잘했다. 나를 제외한 권고사직 당한 직원들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에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던 일을 마무리했고, 안타까워하는 남은 사람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퇴근 했다. 물론 그냥 퇴근하지 않고 함께 오늘까지 출근하게 된 사람들과 마지막 술자리를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에게 나름의 송별회를 받았으며, 이력서를 갱신하고, 밀렸던 집안일을 했다. 오랜만에 엄마와 동생과 시간을 보냈고 또, 이렇게 남들 일하는 시간에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못했던 일들이 뭐가 있을까, 지금 하나씩 해보라고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