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했습니다.

지금은 극초기 증상을 겪고 있죠.

by 서규

임신을 했다. 사실 갑자기 맞이한 임신은 아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작년 말에 산전검사를 마치고 올해 시작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했다. 본격적이라고 해봤자 크게 대단하게 준비하진 않았다. 그저 꾸준히 엽산을 챙겨 먹고 생리주기 어플을 통해 대략적인 배란주기를 챙겼다. 그러다 3월에서 4월 넘어가는 그때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 임신한 걸 확인했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2주 전부터 위염과 몸살 증상이 심하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임신 증상인가 싶어 임신 얼리 테스트기를 사용했지만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위염 약과 몸살 약을 함께 먹었었다. 물론 생각 없이 술도 먹었다. 하지만 생리가 미뤄지면서 설마 싶은 마음에 한 임신 테스트기에 양성 반응을 보게 된 후 생각이 많아졌다.


첫 번째 선이 희미할 때는 산부인과에서도 피검사 외에 별다르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일전에 먹은 약이며 술이 걱정되어 당일 바로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산부인과에서 피검사 결과 임신 수치가 427로 나왔다. 임신이 확실한 거 같다는 말에 이전에 먹었던 술과 약에 대해서 질문했고, 4주 이전의 술과 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 한 잔의 술도 안 되며, 약을 먹기 전에는 임신을 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한 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신신당부가 뒤따랐다. 의사 선생님의 여러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실감 나지는 않은 채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냅다 누워서 생각했다. 그동안 내 입장에서 임신 증상이었나 싶었던 건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1) 위염, 몸살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간다.

물론 전날 안 먹던 술을 먹었기 때문에 위염 증상이 났던 것도 맞긴 하다. 하지만 평소였으면 하루 이틀 앓고 나면 금방 제 컨디션을 찾았을 텐데, 유독 오래가기도 했고 중간에 몸살까지 덮쳐 일주일 내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결국 남편이 퇴근길에 약국에서 사 온 위염약과 몸살약에 내내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 버스만 탔다 하면 울렁거림이 심하다.

버스에 앉아있든 서있든 간에 울렁거림이 너무 심했다. 빈속일 때 특히 더 심했고, 심할 땐 식은땀까지 날 정도였다. 그래서 가끔은 버스를 타지 못하고 한 시간 거리를 걸어서 집에 올 때도 있었다. 다행히 버스 이외에 차를 탈 때는 괜찮았다. 뭔가 버스 안에서 답답한 느낌 때문에 더 울렁거렸나 싶은 생각도 든다.


3) 시도 때도 없이 졸리다.

평소에는 하루에 여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 정도 자면 잘 잤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면, 지금은 밤에 잔 게 부족한 지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러다 낮잠도 잘 정도로 잠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한 번에 여섯 시간 이상 자는 건 힘들고 한 번 깨고 난 뒤에는 한 시간 이상을 자지 못한다. 그냥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하루 종일 몽롱한 상황에 놓이는 느낌이다.


4) 혀가 텁텁하고 음식이 쓰게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혀가 굉장히 소태처럼 쪼그라진 거 같은 느낌이 들더니 이제는 음식 자체에 쓴맛이 함께 느껴져서 평소 좋아하던 맵고 짠 음식을 멀리하게 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맵고 짠 음식을 먹고는 싶지만 한 두 번 입에 넣었을 때 제대로 먹질 못하니 결국 과일이나 요거트 등으로 먹게 되는 중이다. 차라리 입덧을 하면 마라탕 같은 건 생각도 안 날 텐데, 먹고 싶은 생각은 들고 먹었을 때 만족스럽지도 못하니 슬프기만 하다.


5) 왼쪽 허리랑 목이 아프다.

왼쪽 허리가 아프다 보니 잠을 잘 때 계속 뒤척이게 되어서 결국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지경이 되었다. 남편이 U자 형 베개를 사줘서 그나마 나아지긴 했다.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열찜질도 못하고 파스도 못 붙이고 진통제도 못 먹는 상황이라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중이다.


6) 뭘 할 때마다 무기력하게 퍼져있게 된다.

평소면 삼십 분도 안 걸릴 외출 준비가 한 시간 넘게 걸리고 잠깐 외출 후에도 집에 오자마자 삼십 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게 된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졸리고 누워있고 싶다. 이건 그냥 살쪄서 그런 건가...


7) 속이 항상 더부룩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나는 남들에 비해 방광이 큰가 싶을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다가도 화장실 때문에 눈이 떠질 정도로 자주 가게 되었다. 이게 남들의 평균 정도겠지만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던 사람으로써는 굉장히 귀찮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뱃속은 항상 가스로 가득차서 부글부글 거렸다. 방귀쟁이 뿡뿡이가 된 기분이다.


8) 가슴이 커지고 아프다.

생리 전에도 가슴은 커지고 아팠다. 끝을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졌는데, 딱 그대로의 통증이 느껴진다. 평소보다 가슴이 커졌고 커진 만큼 단단해져서 건드리면 아프기 때문에 스스로도 조심하게 되었다. 엎드리기는 자연스럽게 절대 하지 못하는 자세가 되었다.


증상의 크고 작음은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 낯선 경험이라 약간은 혼란스럽다. 주변에서 입덧 없냐고 할 때, 그래도 다른 증상들보다 입덧이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다가 입덧도 갑자기 시작하면 어떡하지.


피검사를 한지 일주일이 흐른 뒤에 다시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입덧도 없고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당장 보여줘야겠다면서 초음파로 보여주시겠다고 했다. 매번 초음파 검사를 할 때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화면에 '아기집'이라고 하는 검은 원으로 보이는 걸 체크하시면서 자리를 잘 잡고 주수 대로 잘 커졌다며 말해주셨다. 아무것도 안 들어있긴 하지만 어쨌든 집 하나는 제대로 장만한 거 같아 안심됐다.


산부인과에서 준 임신확인서로 보건소에 방문했다. 임산부 등록을 한 뒤에 튼살크림, 엽산, 임산부배지 등등 선물을 잘 챙겨 받고도 여전히 임산부 좌석에는 눈치 보며 앉지 못하는 게 아직까지는 실감 나지 않는 거 같긴 하다. 1센티도 되지 않은 아기집이 안정기가 되려면 아기집 안에 있는 아기가 1센티는 되어야 한다는데, 앞으로 2주에서 3주나 남은 비안정기 기간이 멀게만 느껴졌다. 얼른 안정기가 되어서 주변에 터놓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비안정기이기 때문에 안정기 이후에 글이 올라가겠지만, 아무튼 그동안 아무 일 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