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P에게 출산준비란

누구라도 정확하게 해답을 주길 바람

by 서규

기저귀 갈이대, 역류 방지 쿠션, 맘스 안심 팬티... 임신 초기에도 전혀 몰랐던 단어들이 출산을 앞둔 지금에서야 급하게 다가온다. 임신, 출산, 육아 용품은 끝도 없이 많다. 이 모든 걸 다 준비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만 준비하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각기 다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새 상품으로 사야 하는 용품이 있고 잠시 쓰는 용품은 중고 거래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다.


당장 여행 갈 때도 내 짐 하나 제대로 싸본 적 없는 나로서는 앞으로 최소 2박 3일 출산 이후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써야 할 물품, 2주간 조리원에서 써야 할 물품, 앞으로 집에 신생아를 데려와서 최소 3개월 최대 1년 동안 써야 하는 육아 용품, 더군다나 그 이후에는 더욱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당근거래에 올라온 물품을 확인해 본다. 그 와중에 인터넷 거래조차 몇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을 사야 좋은 거래를 하는 건지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늘도 역시 뱃속을 쿵쿵대는 얘를 위해서라도 뭐라도 사서 집에 구비를 해둬야 할 거 같은 조급함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한테 필요했던 물건들을 물어보면 딱히 지금 필수라고 하는 물건들이 꼭 필요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젖병 UV 소독기? 엄마는 열탕 소독을 했다. 물론 나는 열탕 소독도 하지 않을 거고 집에 있는 식기세척기에 있는 기능을 사용할 예정이다. 비슷하게 젖병 세척기도 식기세척기로 대체할 예정이고 물론 모유수유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분유를 사용하게 될 경우에도 요즘 필수템이라고 하는 분유 제조기, 분유 포트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이미 있는 정수기와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역류 방지 쿠션? 엄마는 그냥 어디에든 눕혔다. 토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아기는 원래 수유하면 토할 수 있고 토하면 닦아주면 된다. 기저귀 갈이대는 기저귀를 갈기 위한 공간으로 둘 수 있지만 필수적인 공간은 아니다. 아기는 눕혀만 둘 수 있으면 기저귀를 갈 수 있다. 아기 욕조? 그냥 예쁘게 나온 대야(?)다.


애기 전용 세제? 그냥 있는 세제로 세탁하고 널고 말리고 했다. 어차피 열탕 소독할 거니 설거지 그냥 했다. 아기 전용 바디워시? 그냥 알뜨랑 썼다.


이렇게 요즘 MZ 엄마들처럼 키우지 않겠다(?)라고 하는 나와 다르게 이렇게 나를 키웠던 엄마는 지금 내 뱃속의 포동이는 요즘 애들처럼 키워야 한다면서 이것저것 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우리 집에는 아기 전용 세제, 아기 전용 바디워시, 아기 전용 바디 로션 등등이 생겼다. 그리고 열탕 소독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흑.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당장 자연분만(을 원하고 있지만)을 할지 제왕절개를 할지도 모르고

원하는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지 혼합을 할지 단유한 뒤에 분유 수유만 하게 될지도 모르고

애가 얌전할지 예민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잘지도 모르고

아무튼 보장된 미래 하나 없기 때문에 여어어어어전히 막막하다. 사실 아직 이름도 못 정했다. 애 태어나면 애 이름도 정해야 하는데...


얘는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길래 여전히 쿵쿵대고 있는 걸까. 얘한테 정확하게 필요한 게 뭘까. 그냥 누가 내 손을 잡고 이게 필요하다고 끌고 다니면서 아주 괜찮은 거래만 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싶다.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은 태아 보험 들 때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결국 저질렀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 지금 하는 고민도 결국 지나가면 별 거 아닌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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