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분만 예정(미정)

가능한가

by 서규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다. 물론 나에게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38주 2일 기준 아이의 몸무게는 2.9킬로라고 했다.


원래는 나도 유도분만을 할 생각이 크지는 않았다. 적당히 2킬로 초반대를 유지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자연분만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3킬로를 달려가는 아이 때문에 조금 두려워진 것도 있고 38주가 한참 지난 시점에도 가진통은커녕 진통의 지읒도 비슷함을 못 느껴봤던 탓도 있다.


담당 선생님은 자궁문도 열리지 않았고 경부도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유도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주일 더 기다려보자고는 했지만 일주일 더 기다렸다가 3킬로를 한참 넘긴 몸무게에서 출산 시도를 하게 될까 봐 걱정됐다. 대신 차주 금요일로 유도 날짜를 잡기로 했다. 그러면 거진 일주일 지난 시점.. 아닌가?


남편과도 합의된 내용이기 때문에 산부인과를 다녀와서 유도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미 둘 다 알고 있던 사항이었지만 막상 날짜도 잡고 모든 게 확정되어서 그런지 별의별 생각이 확 들기 시작했다. 초산의 유도분만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실패가 지속되면 결국 제왕절개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제야 보이는 유도분만의 실체를 보고 없던 걱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차라리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던 날짜가 오기 전에 자연적인 진통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다음 주는 그냥 원래대로 진료받고 그다음 주로 유도 날짜를 미룰까. 남편 앞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면서 의연한 척을 했지만 막상 유도분만을 실패해서 제왕절개 수술 엔딩을 맞이할까 봐 슬쩍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더 걸어야겠다. 더 움직여야겠다. 더 몸을 지치게 만들고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서 애가 못 버티고 슬금슬금 내려오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대추야자를 먹으면 애가 좀 빨리 내려온다더라. 외국에서는 파인애플을 먹으면 진통이 빨리 온다는 미신이 있다더라.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 먹으면 좋다는 얘기가 있으니 수육을 먹으면 된다더라. 아니면 매운 걸 먹어서 탈이 나면 된다는 말도 있다. 별의별 미신을 끌어다 모으는 중이다.


어찌 됐든 간에 일단 저질러진 일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우선 오늘부터 집에 있는 짐볼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쫙쫙 찢어볼 생각이다. 이번 주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보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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