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가는 길

by 길은연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12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어디 갔다 오노”

아주 억센 부산 사투리로 친근하게 물어오신다.

“해운대 다녀와요”

“거긴 뭐 할라꼬 가는데?”

“바다 보러 가죠.”

“거 뭐 볼 게 있다고 가노. 우리는 해운대 안 간다.”

나는 그냥 웃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남편 사업차 따라 내려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서 31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동래구 안락동에서 해운대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종점에서 내리면 국밥집이 줄지어 있고 가게 바깥쪽에 내건 커다란 가마솥에 바다 안개 같은 허연 김이 시야를 가리며 가지가지 국이 끓고 있다. 그중 단골집으로 들어가 늘 먹던 국밥을 시켜 먹고 해운대로 향한다.

한창 공사 중인 길 끝에 해운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바다 냄새가 화악 다가온다. 비릿하면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 얕은 숨을 깊은숨으로 바꿔줘 답답함을 털어버릴 수 있다.

혼자서 걷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물은 무서워하면서도 바다를 좋아하는 건 아이러니다. 백사장을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면 멀리 대마도가 보이기도 한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그면’ 하는 노래처럼 정말 바다는 초록빛으로 보였다. 겨울이면 사람 대신 자리를 차지한 갈매기들이 무리를 이루고 앉아 쉬고 있다. 갈매기는 생각보다 컸고 눈이 무서웠고 자태가 늠름한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한 여름밤에는 피서객들을 위해 인기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커다란 배는 멀지 않은 바다에서 등불을 켠 채 서서히 움직이며 피서객들의 흥을 돋운다.

부산에 사는 사람들은 해운대를 가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서울 사람들은 그 더운 여름에 해수욕을 하겠다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는데 말이다.

5년여 동안 부산에 살면서 좋은 추억만 바다만큼 담아 왔다. 부산을 떠나온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는 좋은 이웃들이 있다.

해운대는 내게는 천국이었다.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 다녀온다.

하지만 천국도 조금씩 변해서 자연스러움은 사라지고 관광도시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