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가 이니야

by 길은연

중학생들 대여섯 명이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귀찮음과 건방짐이 묻어있는 사춘기 목소리들이 선생님을 불러대며 질문을 한다. 결코 조용할 수 없는 공간이 갑자기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아이들의 시선이 갑자기 나타난 군인에게 쏠렸다.

“어머니, 저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잘 왔어.”

그리고는 늠름해진 아들을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아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이 광경을 보던 재훈이가 조용히 질문을 한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어머니예요?”

“왜? ”

다른 아이들도 귀를 쫑긋하며 궁금한 눈빛을 반짝인다.

“엄마가 아니고 왜 어머니라고 불러요?”

“이상하니?”

“네”

“난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니까.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는 게 당연한 거지.”

재훈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은 호칭에 따라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호칭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지어주기 때문이다. 어느 선생님이 ‘할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순간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더라’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어머니로 불리는 시점은 아들이 네 살 정도 되는 때인 것 같다. “엄마 이거 사줘.” “엄마 싫어.” 아들이 하는 말이 모두 반말이다. 어떻게 하면 존댓말을 하게 할까 생각하다가 어머니라고 호칭을 바꿔 부르게 했다. 처음엔 반발이 심했다. 어머니 아버지라고 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어머니 아버지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존댓말이 자연스레 따라 나왔다. 그 후에 태어나는 두 동생도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어머니라고 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기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소녀들은 자신들도 이다음에 아기를 낳으면 어머니라고 부르게 할 거라며 꺄르르 거린다.

하루는 아들이 조용히 질문을 해 왔다.

“어머니, 어머니는 왜 할머니한테 엄마라고 부르세요?”

“그건, 할머니는 엄마라고 가르쳤으니까 엄마라고 부르지.”

엄마와 어머니와의 차이는 엄청나다. 일단 자신이 어머니에 걸맞는 생각을 해야 한다. 좀 더 진중하게 말을 들어주고 목소리도 어머니처럼 바꿔야 하고 말과 행동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 아이의 자세도 공손해진다. 두 글자와 세 글자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딱 한글 자 차이지만 호흡이 길어지면서 차분해진다. 어머니라는 호칭에 더해지는 책임감과 서로에 대한 예의가 함께 높아졌다. 호칭은 그렇게 중요하다.

며칠이 지난 후 재훈이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선생님 우리 재훈이가 이상해요. 저한테 어머니라고 불러요.”

“그래요? 그런데 왜 이상해요?”

“하지 말라고 해도 자꾸 해요. 내가 듣기 거북한데 자기는 어머니라고 할 거래요. 선생님네 형아가 어머니라고 했다고 자기도 그렇게 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럼 어머님이 조금만 참으세요.”

그 어머니도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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