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기본소득 비판을 보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에 대해 기본소득 캠페인을 하고 있는 나의 생각이다.
1. 연 50조 원의 예산을 들여 모든 국민에게 월 8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있느냐?
=> 지금 당장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없다. 다만 이재명 지사가 밝히고 있듯이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직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년 100만원 (월 8만원)으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체감적으로 효용을 인정하면 그 후 '기본소득을 위한 시민연대세'등 항목을 신설하여 충분한 기본소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지사는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임기 내에 나름 충실한 기본소득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그가 내세우는 '공약이행률'에 대한 강박의 결과라 싶다. 해낼 수 있는 것만 공약하겠다는 것이 월8만원이라 조롱받는 부분기본소득으로 로드맵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면 '허경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허경영'이 아닌 당장 실현 가능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비판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들 모두가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생계걱정 없이 실질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대범한' 기본소득을 주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기본소득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진짜 대안인지?
=>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특히 이재명식 기본소득만 가지고 어떻게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하지만 부분적 완화는 가능하다.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국토보유세를 징수해서 그것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국토보유세를 대부분 부담하는 1% 상층의 부 중 일부가 전국민에게 나눠져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아주 조금은 기여할 수 있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이 아닌 진정한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면...즉 기본소득 재원을 위해 소득별 누진적 시민세가 부과되어 기본소득으로 동일하게 나눠진다면 당연히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부자들의 주머니로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서 정체되어 움직이지 않는 현 자본주의 문제를 기본소득을 통해 다시 국가경제로 흐를 수 있는 처방이 될 수 있다. 그럼으로 경기가 순환되고 결국 다시 부자들의 주머니가 커지고, 또 다시 그 주머니에서 기본소득이 흘러나오고 그러한 순환 과정에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꾸 기본소득이 돈을 뿌려서 길바닥에 버리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 기본소득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걱정하는 '국민'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것이고, 곧 소비를 통해서 자영업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다시 그 돈이 임대사업자, 대기업, 국가 세금 등으로 흘러들어가기에 국가경제로 보면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순환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3. 한정적인 국가 재정 하에서 모든 사람을 품기엔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복지 우산의 크기가 너무 작다.
=> 맞다. 그래서 우리나라 복지가 저부담 저복지라는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 없는 살림이니 그 살림을 아껴서 잘 쓰자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다. 감사원장으로서 없는 돈 낭비없이 제대로 쓰였는지 잘 살피는 역할이 제격이다.
이재명지사의 기본소득은 결국 복지 우산의 크기를 키우자는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조금 더 급격하게 키웠으면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아주 천천히, 행정 집행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복지국가로 갈 수 있을까? 국민들 합의를 이끌어내어 증세를 통해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갈 수 있을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스스로 대통령이 될 도량이 되는지 거울을 쳐다보고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4. 좋은 복지시스템의 핵심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자립이 어려운 분들에게 정부가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 위에서 말한 부분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발상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한 후 고민의 지점이었다. 그 전에 농업경제 중심 속에서 삶의 형태가 산업화 사회 임금노동 의존 사회로 바뀌면서 임금노동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근대식 '복지'가 시작되었다.
근대식 복지의 핵심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실업급여를 주는 것이다. 일할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서 '가족 수당'을 주고 '의무교육'을 자본가들이 세금으로 부담을 하는 것이다. 왜? 그것이 결국 자본가들의 이익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산업혁명 초기 18세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로봇화, 자동화, 강인공지는 사회의 도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력만으로는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미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그러한 사회에 새로운 복지제도로 떠오르는 것이다.
아직도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미래에도 그러한 해결방안이 유효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미래에도 작동 가능한 복지시스템을 미리 준비하고,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당장 기본소득 실시하고 일자리 다 없애도 된다가 아니라, 일자리 중심의 복지에서 서서히 기본소득 보장 복지로 사회 체제를 바꿔가야 한다.
건실한 토론을 하려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태도는 평가할만하다. 그런데 건실한 토론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공부'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하고 토론에 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