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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Aug 15. 2019

친구와 독서 참 많이 닮았다.

[독서 단상]

요즘 밴드를 통해서 초중고 시절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나 추억을 나누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친한 친구들도 있었고, 그저 동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롭게 친해진 친구들도 있습니다.

@픽사베이

그런데 그 다양한 친구들을 보면서 독서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구들 중에는 이른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평범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잘 나가는 친구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서로 어울리는 듯합니다. 물론 친구라는 이유로 사회적 기준을 뛰어넘어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성이 조금 열려있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멋져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책, 그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자신을 우쭐하게 해 줄 만한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책을 읽으려면 쉽지 않습니다. 마치 너무 잘 나가는 친구 옆에 있으면 기죽게 되고 괜히 불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그 친구 옆에 있으면 떡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려운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들도 결국 같은 이유이겠지요.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그들과 함께 놀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기회를 잡아 결국은 그 레벨에 올라서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비록 어려운 책이지만 자꾸 읽고, 또 읽고 씨름하다 보면 마침내 그 책을 수월하게 읽을 만한 수준으로 레벨 업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편한 친구를 만납니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맘도 쉽게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신경림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독서도 결국 괜히 자기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 술술 읽히는 책을 선택해 읽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까닭이라고 생각됩니다.

@픽사베이

그런데 그 책 수준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요? 그건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친구를 만나보면 그 친구가 편한지 불편하지 자신이 알 수 있는 것처럼 책 역시 몇 장 읽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금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입견입니다. 어떤 친구는 막연히 별로 일 것 같은데 막상 기회가 되어 몇 번 만나다 보면 오히려 진국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절친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이지요.

또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느낌이 좋은 친구였는데 만날수록 실망감만 커지는 친구도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첫 느낌은 어렵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친숙한 좋은 책도 있지만 반대로 읽을 때는 재미나게 봤지만 뭔가 허탈한 책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제겐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친구도 사귀어봐야 알고, 책도 읽어봐야 압니다. 유일한 지혜는 선입견을 가지고 주저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서 느끼라는 것입니다.


친구가 좋다는 것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독서가 좋다는 것도 모르는 이 아무도 없습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듯이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도 스스로 책을 선택해 읽기 시작해야 합니다. 친구와 만나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듯 독서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더욱 살찌울 수 있기를 감히 바랍니다. 좋은 친구와 만나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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