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배 Nov 29. 2024

학생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수업 이야기

: 초4 학생과 함께한 [버들붕어 하킴] 독서 논술 수업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토박이가 뭐예요?”

이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나는 아이의 호기심을 촉진할 기회라고 느꼈다. 바로 답을 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도록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이 나온 책의 문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이와 함께 그 문장을 읽으며 맥락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단어가 여기서 어떤 뜻일까?”라고 되물었다. 아이가 추론을 시작했다. 문장의 힌트를 토대로 조금씩 의미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후 나는 이 단어를 책의 중심 갈등과 연결지었다. 버들붕어 하킴의 핵심은 외래종 물고기와 토박이 물고기 간의 갈등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박이 물고기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외래종 물고기의 문제를 책은 생태 동화라는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 외래종과 토박이 물고기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했다.



여기서 대화를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다른 개념을 소개했다. “그럼 외래어와 외국어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외래종 물고기의 개념이 언어의 세계로 이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빵’이 외래어라는 사실은 많은 아이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방도 외래어라는 걸 아나요?”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외래어는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단어지만, 지금은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거야”라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외지인과 토박이라는 개념도 함께 나누며, 아이의 고향 이야기도 꺼냈다. “네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고향이고, 거기서 계속 살면 토박이라고 할 수 있어”라고 말하자 아이는 자신만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렇게 수업은 자연스럽게 책의 주제에서 시작해, 아이의 삶과 연결되었다.

이 수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아이들에게 내용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그 질문을 확장하며 책과 삶, 그리고 새로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학부모님께도 제안드리고 싶다. 아이와 책을 읽을 때, 질문에서 출발해보라. 아이가 던진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함께 고민하고 추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억지로 떠먹이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먹는 과정이 더 큰 성장을 만든다는 건 이미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질문과 대화가 깊어질수록 아이의 생각도 더 깊어질 것이다.

이런 작은 대화 하나하나가, 결국 아이들의 배움의 밑거름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