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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Mar 01. 2020

냉파만 하지 말고, 책파도 하자!

요즘 각종 SNS에 ‘냉파’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자가 격리 중이거나, 전염이 무서워 집밖을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루 세 끼를 집밥으로 해결하다보니 결국 ‘냉장고 파먹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냉파’는 경기 불황 또는 비싼 물가 때문에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안에 묵혀두었던 음식을 활용하자는 지혜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원래 냉장고 자체가 음식을 신선하게 먹기 위해서 발명 되었는데 오히려 냉장고에 음식을 쟁여 놓다보니 신선한 음식을 먹는데 방해 요인이 되는 역설이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냉파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냉파 덕분에 당장의 소비도 줄이게 되고, 냉장고도 싹 정리가 되어 새로운 신선한 음식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니 의미 있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집밖은 위험한 시대에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육신은 냉파로 버틴다 해도 영혼은 어떻게 돌볼 것인가?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사람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학교 개학은 연기되고, 학원도 쉬고 매일 뺑뺑이 돌던 아이들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놀이터 가서 마음껏 뛰놀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의도치 않게 사람들은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물론 손 안에 또 하나의 세상 스마트폰이 있어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세월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바로 냉파와 더불어 책파를 하는 것이다. 집집마다 책장에 책이 한가득 이다. 아마 책장에 있는 책을 다 읽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살 때는 눈길이 갔는데, 이리저리 바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잊힌 존재가 되어 먼지만 뒤집어 쓴 채 오랜 시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게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처음 만났을 때는 뜨거웠는데 지금은 30년 같이 산 부부처럼 남 아닌 남으로 남아있는 책장 속의 책이 여전히 첫사랑의 뜨거움을 간직한 채 꽂혀있지 않을까? 


그 책을 꺼내들고 처음 그 느낌을 다시 맛볼 수 있다면, 아니 두 번째 사랑을 다시 할 수 있다면 그 역시 또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마저 문을 닫은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책을 만나기보다 잊힌 옛 사랑을 추억하듯 ‘책파’를 통해서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을 책들에게 눈길과 손길을 주자.


코로나 19 때문에 망가진 일상의 삶이지만, 코로나 19 덕분에 얻는 즐거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냉파로 육신을 지키고, 책파로 영혼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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