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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Mar 03. 2020

우리 미리 은퇴 연습해볼까?

코로나 19가 삶에 미치는 영향

아내와 나는 해님달님처럼 살아왔다. 해가 지면 달이 떠오르고, 또 달이 지면 해가 떠오르듯이 아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내가 출근을 했다. 그 바람에 늦은 밤 잠깐, 또는 아내 아침 출근 전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코로나 19로 강제 휴가(?)를 받는 바람에 24시간을 찰떡처럼 붙어살고 있다.


함께 점심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기도 하고,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밀렸던 이야기도 나누며 알콩달콩 때로는 아웅다웅하며 몇 주를 보내고 있다.

아내가 문득 말했다.


“우리 미리 은퇴 연습하는 것 같아!”


‘은퇴’ 참 멀게만 느껴졌던 말인데 어느새 은퇴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나이이다.


은퇴를 생각했을 때 두 가지가 떠오른다. 경제적인 부분과 시간적인 부분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수입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어려운 부분이다. 일당 받고 일하다 보니 당장 코로나 19로 수입이 끊겨 저축한 돈으로 먹고살고 있다. 처음 한 주는 그냥 휴가 받은 셈 치고 별 심리적 부담이 없었는데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무급이 한 달가량 지속될 수 있다 생각하니 심리적 압박이 왔다. 


그런데 만약 영구적으로 수입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나마 얼마 안 되지만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니 거기에 의지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을 했다. 한 편으로는 친구처럼 각종 자격증을 따서 제2의 수입원을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청년들도 구직이 어려운 세상에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미 입증된 똥손인지라 오히려 소비를 줄여서 그냥 저축한 돈 까먹으며 사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아내는 자신은 은퇴 후 연금이 나오니 자신에게 잘 보이면 몫의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큰소리다. 그러면서 아내 잘 둔 줄 알라고 으스대는데 이러다 완전 경제적 노예의 삶을 살지 않을까 두렵다. 배부른 투정인 것 안다. 저축도 연금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맞이해야 할 사람들에게 어서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그나마 든든한 뒷배가 되어 삶의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시간도 문제다. 시간이 많아졌으니 아내는 자신과 알콩달콩 살면 되지 뭔 걱정이냐고 하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늘 좋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알콩달콩이 언제든 아웅다웅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도 참 문제다 싶다.


그나마 지금이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위해 자료를 향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정말 은퇴했을 때는 무엇으로 24시간을 메꿀 수 있을지 사실 감이 잘 안 잡힌다. 늘 바빠서 좀 쉬웠으면 싶었다. 아내는 충분한 쉼이 보장되어 강제적 휴가가 나쁘지만은 않은 눈치이다. 물론 어느새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남이 해주는 밥 ‘급식’도 그리워하고, 그래도 일터에 나가 몸을 움직이고, 정신을 쏟아야 하는데 삶의 리듬이 깨져서 큰 일이라고 이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쏟기도 한다.


‘돈 버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지만 과연 지금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막상 지금 못하는 하고 싶은 일이 은퇴 후라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겠나 싶기도 하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 자체가 존재할지? 그 일이 나를 필요로 할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등 고민이 꼬리를 문다.


코로나 19로 주어진 ‘강제 휴가’ 우리 부부에게는 미리 은퇴 체험의 기회이다. 코로나 19는 비록 전염병으로 우리에게 큰 고난을 주고 있지만, 각자의 삶을 바꾸는 또 다른 계기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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