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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Mar 04. 2020

결국은 밥벌이다.

한동안 기사를 하나도 쓰지 못했다. 한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써서 정책을 제안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도, 앤드류 양은 미 대선판에서 물러났지만 기본소득 논의는 들불처럼 번지는 미국 상황도, 코로나 19 상황에서 ‘재난 기본소득’이 부각 소식도 쓰고 싶었으나 쓰지 못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 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다. 밥벌이가 아니다. 기사 채택되면 2,000원 받는다. 그것도 세금 떼기 전이다. 좀 높은 등급 받으면 1만 원, 1만 5천 원, 3만 원, 6만 원으로 올라가긴 한다. 대부분은 2,000원이고 어쩌다 1만 5천 원이고, 그 위로는 한 번씩 받아봤다. 10개월 기간 동안 세전 46만 원 남짓이 수입의 전부이다.


시시콜콜 밝히는 이유는 시민기자는 밥벌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미를 두고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기본소득 캠페인’을 하는 과정에서 마땅한 언론 창구가 없으니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나마 ‘기본소득’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기사를 한동안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19로 강제휴가인 상황이라 시간도 더 많은데 말이다. 그것은 결국 밥벌이 때문이다.


내 밥벌이는 초등 독서교육이다. 2006년부터 코레사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활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자료를 올려주어야 한다. 그동안 어느 정도 축적된 자료도 있고, 기본소득 캠페인 한다고 동분서주하느라 새로운 책을 탑재하는 작업을 한동안 못했다.


코로나 19로 수업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결국 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멀티 플레이어가 못된다. 게다가 기사를 쓰는 일이건, 책을 집필하는 일이든, 독서교육연구회 업로드 작업이건 뭐든지 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보니 다른 것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책을 선정하는 일부터, 그 책을 읽고 또 읽으며 함께 생각해 볼 의미 있는 문제를 발굴하고, 다시 그것을 문제화하고, 검토해서, 업로드하는 작업까지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온통 사고가 거기에 머물러 있어야 하다 보니 기사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문기사가 일반 글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타이밍’이다. 흔히 말하는 ‘시의적절’한가 여부이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점을 놓치면 쓸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늘 무엇을 기사로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낚아채서 써야 하는데 그럴 여력을 갖지 못했다.


결국은 직업기자가 아닌, 아마추어 시민기자이다 보니 프로근성이 부족해서이고, 무엇보다 내 밥벌이가 더 우선이었기 때문에 밀린 것이 사실이다.


내가 기사를 못썼다고, 안 썼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난할 사람도 없다. 그냥 혼자 못 견뎌하는 것뿐이다. 구차하게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만큼 ‘밥벌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요즘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병마와 싸우는 당사자들일 것이다. 그다음 힘든 사람들이 바로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다. 밥벌이가 어느 순간 뚝 끊기게 되었을 때 그 막연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저축, 보험, 연금 등을 통해 나름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개인적인 노력으로 그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다수는 아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정책 등을 통해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 것인가? 사회가 공동체로서 함께 연대하는 삶을 살 것인가? 그 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울 칠 수 없다. 두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기본소득은 결국 밥벌이를 개개인에게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사회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다. 밥을 사회가 책임져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개개인이 더욱 창의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대학생 때 불렀던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밥벌이를 각자에게만 맡기기보다, 기본소득 실시를 통해 밥을 나누는, 하늘을 나누는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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