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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Mar 06. 2020

50대 부부의 흔한 생일 이야기

오늘은 생일이다.


매년 아내는 전날 밤에 미역국을 끓였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미역국을 끓이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미역국을 끓이지 않았다. 아침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아침을 굶었다.


나는 치킨, 돈까스, 튀김 등을 좋아한다. 아내는 싫어한다. 점심이 되기 전 페이스북 친구의 포스팅을 보고 알게 된..


먹고 나면 성공한 도시인이 된 느낌이 든다는 1만 5천원짜리 유메 돈까스, 일인 당 1만 1,900원 하는 무한리필 돈까스 체인점인 <유생촌 돈까스>, 일인 당 7,900원 하는 대전 무한리필 돈까스의 성지 <도마동 대전홍식이돈까스> 중에서...


7,900원이라는 가성비에 끌려서 도마동까지 차를 몰고 가서 돈까스를 무한리필로 배불리 먹었다.



아내는 생선까스 몇 조각과 우동을 조금 먹었다. 그리고 성북동 자연휴양림에 함께 갔다.


아내는 무릎이 아파서 산에 오르고 내리기를 힘들어한다. 난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출발했지만 결국 아내는 뒤처지고, 나 혼자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밑에서 기다리던 아내를 만나 근처 영득사라는 절에 갔다.

주변 경관은 아주 좋은데...막상 절은 컨데이너 박스 몇 개 갔다 놓은 듯한 임시 가건물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나마 산길이 아니어서 아내는 걷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이렇게 생일 하루를 보냈다.


사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내가 미안해할까봐 미역국을 손수 미리 끓였다고 한다. 그런데 더 이상 내가 미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미역국 끓이는 것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편이 없어서...이 인간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아침을 준비하나 보다 생각하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나와봤더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컴 앞에 앉아서 지 일만 실컷 하고 있더란다..


작년 아내 생일 때는 엄청 욕을 먹었다...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아랫동서 가족을 초대해서 함께 서프라이즈 식사를 했는데...제부에게 민폐라며, 내가 갑질했다고 아내는 화를 냈다..


예전 아내 생일에는 직장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편지와 꽃을 보내서...아내가 옛사랑으로부터 온 줄 알고 가슴을 설레이게 한 적도 있고...


어찌 되었든...


한결 같아야 하는데...자꾸 여러번 반복되다보니...


시들해지는 것 같고, 좋게 말하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아내는 생일 파티 같은 것을 아주 싫어해서....그냥 저냥 살 수 있다.


아내가 세상에 와 주어서 감사하다. 내일은 쑥스럽지만 장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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