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산다 4화
당신에게 이별은 무엇인가. 내게 이별은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이었다. 이별에도 많은 이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이별의 대부분은 그런 이별이었다. 내 감정을 모두 쏟아내게 하는 사람의 부재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그런 이별의 순간마다 눈물과 콧물을 뺀 것은 기본이고 답답한 마음에 온몸을 부르르 떨곤 했다.
그러나 다른 이별도 분명히 존재했다. 운 좋게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이별들을 찾았다. 이번에 찾은 이별은 ‘미소 짓게 하는 울컥함’이었다. 심할 땐 슬픈 감정에 눈물이 고이지만 금방 희망을 찾고 상대방의 앞 날을 빌어줄 수 있는 안녕이다.
어제 열흘 정도 함께한 사촌 동생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애들을 배웅해 주고 터미널에 혼자 앉아 있었더니 같이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고작 일주일을 조금 넘겼던 기간이지만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4개국을 돌며 긴박하고 불안하고 화났던 순간들 보다도 즐거웠고 신이 났고 든든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깊은 외로움을 또한 남겨주었다. 순간 울컥했다. 마음만 먹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참아보려 애썼지만 눈물 한 두 방울이 나오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배낭을 멘 채 화장실로 가 붉어진 두 눈을 닦고 나와 멍하니 앉아있었다. 눈물엔 함께였던 이들의 떠남과 앞으로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뒤섞인 듯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 여정이 돌아간 이들과의 끝은 아니며 그간 같이 했던 시간들이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떠올리면 그들의 성장이 기대되며 즐거움이 밀려왔다. 또 나에게 같이 한 여행이 남겨준 것이 있을 터. 그래서 한동안은 새로운 것을 접하기 전에 그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또 혼자 나아가게 될 시간 동안 누굴 만나게 되고 어디를 가게 될까 생각할수록 기쁘기만 했다.
여행을 오기 전에도 이 새로운 이별들을 경험했었다. 이별을 재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의 삶이 계속된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일 것이다. 길을 잃으면 새로운 길이 나왔다. 좌절을 하면 희망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그 길이 서로 만나는 교차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지 직진하는 삶은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그 길은 얼마나 불행한 길인가. 또 어떤 새로운 이별을 알아챌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이렇게 그저 나아가는 것, 그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김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