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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Mar 05. 2023

울컥하더라_이별의 재구성

이렇게 산다 4화

 당신에게 이별은 무엇인가. 내게 이별은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이었다. 이별에도 많은 이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별의 대부분은 그런 이별이었다.  감정을 모두 쏟아내게 하는 사람의 부재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그런 이별의 순간마다 눈물과 콧물을  것은 기본이고 답답한 마음에 온몸을 부르르 떨곤 했다.

 그러나 다른 이별도 분명히 존재했다. 운 좋게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이별들을 찾았다. 이번에 찾은 이별은 ‘미소 짓게 하는 울컥함’이었다. 심할 땐 슬픈 감정에 눈물이 고이지만 금방 희망을 찾고 상대방의 앞 날을 빌어줄 수 있는 안녕이다.

 어제 열흘 정도 함께한 사촌 동생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애들을 배웅해 주고 터미널에 혼자 앉아 있었더니 같이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고작 일주일을 조금 넘겼던 기간이지만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4개국을 돌며 긴박하고 불안하고 화났던 순간들 보다도 즐거웠고 신이 났고 든든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깊은 외로움을 또한 남겨주었다. 순간 울컥했다. 마음만 먹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참아보려 애썼지만 눈물 한 두 방울이 나오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배낭을 멘 채 화장실로 가 붉어진 두 눈을 닦고 나와 멍하니 앉아있었다. 눈물엔 함께였던 이들의 떠남과 앞으로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뒤섞인 듯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 여정이 돌아간 이들과의 끝은 아니며 그간 같이 했던 시간들이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떠올리면 그들의 성장이 기대되며 즐거움이 밀려왔다. 또 나에게 같이 한 여행이 남겨준 것이 있을 터. 그래서 한동안은 새로운 것을 접하기 전에 그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또 혼자 나아가게 될 시간 동안 누굴 만나게 되고 어디를 가게 될까 생각할수록 기쁘기만 했다.

 여행을 오기 전에도  새로운 이별들을 경험했었다. 이별을 재구성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의 삶이 계속된다는  알아챘기 때문일 것이다. 길을 잃으면 새로운 길이 나왔다. 좌절을 하면 희망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길이 서로 만나는 교차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지 직진하는 삶은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길은 얼마나 불행한 길인가.  어떤 새로운 이별을 알아챌  있을까. 그러기 위해 내가  일은 이렇게 그저 나아가는 , 그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김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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