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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Sep 08. 2020

Post전화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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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해 오던 전화영어가 3번의 class 만 남았다. 보통 연장할 때마다 8개월 단위로 연장을 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연장을 할까, 아니면 전화영어라는 세계에서 하산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11년 전화영어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비록 미국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오긴 하였지만, 전화영어라는 영어회화 학습법을 접하면서부터 영어와 외국인에 대한 접근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수동적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영어 울렁증은 없었지만, 그 단어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만큼 거부감은 처음부터 없었다. 오늘 수업에서 원어민 강사에게 이젠 그만둬야겠다고 하니까. 그 강사 생각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더 권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제는 혼자 영어학습을 하기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었다. 본인이 말하는 내용을 녹음하여 다시 들으면서, 다시 말해보는 방식으로 영어회화를 꾸준히 이어 나가라고 한다. 새로운 영어 접근법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기대도 했었지만, 영어학습에 새로운 것을 기대를 했었다는 것에 조금 부끄럽다. 지금 까지 전화영어를 통해 영어를 학습해오면서 느꼈던 기간을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 할 기대를 했었나 싶다. 그 원어민 강사가 말했듯, 결국 방법은 비슷하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기에 Post 전화영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


평소 전화영어수업의 녹음파일을 시간 날 때마다 들으면서 입으로 다시 말하는 방식은 계속하고 있었던 방식이다. 전화영어라는 학습법을 이용하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는 있지만, 11년째 하다 보니 거의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화영어 매니저가 있긴 하지만 처음 1~2년까지만 관심을 주고, 그 뒤로는 알아서 잘해서 그런지, 무신경하다.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도 이젠 연락도 없다. 난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 수강생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억울하면서도 뿌듯하다.


지금까지의 환경이 독학 느낌이긴 하지만, 온실 속에서 혼자만 있었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Post 전화영어에서는 온실이 없는 맨땅에 혼자 남겨진 상태로 남는다고 생각하니 어떤 보호막이 필요하진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11년간의 보호막이 나의 성장판을 막았나 싶기도 하고, 보호막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흘러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몇 달간 쉬었으면 좋겠다. 쉬는 기간만큼 했던 기간에서 마이너스가 된다는 생각에 하루도 영어를 놓지 않는다. 이 정도면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항상 기준은 나 자신이다. 맨몸 운동도 그렇듯 영어도 유지하는 것이 가만히 있는다고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물살에 밀려 뒤로 밀리는 보트처럼 가만히 있으면 뒤로 물러날 뿐이다. 그 물살에 그대로 있기 위해서는 적당한 노젓기가 필요하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혼심의 힘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할 것이다.  항상 이런 생각에 오랫동안 해오던 것은 쉽게 놓기가 힘들다.

제임스 셜터[ 올댓 이즈]의 표지 글에서  "모든 건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 하였듯이 매일 놓지 않고, 잡고 있지 않으면 나의 실력은 진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화영어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을 하고 말하기 연습도 꾸준히 하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탈 시기인 것 같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나에게 익숙해지고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찾았었다.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영어를 대하고 싶다. 영어환경에 대한 노출 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것은 물론 상황 설정을 혼자만의 방식으로 꾸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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